이라크 전쟁 종전 후 10개월 동안 유럽과 아랍 국가 국민 사이에 반미 감정이 더욱 강해져 압도적인 다수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불신하고 미국의 개전 동기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의 독립적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는 2월 19일∼3월 3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와 터키 파키스탄 모로코 요르단 등 9개국에서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미영 지도자들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응답이 프랑스에서 82%, 독일 69%, 러시아에서 61%를 기록했다. 영국인들도 이라크에 WMD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48%와 41%가 지도자들이 잘못 알았거나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각각 응답했다.
이라크전의 동기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과반수가 '진정한 테러와의 싸움'이라고 답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뿐이었다. 다른 유럽국가와 이슬람 국가들 응답자의 과반수는 중동 석유와 세계 지배가 전쟁의 목적이라고 답했다.
또 미국을 제외한 8개국의 응답자 다수는 미국이 대외정책에서 자신들만의 이익만 고려하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유럽 국가의 응답자 다수는 이때문에 외교적, 군사적으로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은 영국 39%, 러시아 28%, 프랑스 15%, 독일 14%, 파키스탄 7%로 기록됐다.
이라크전 종전 후 프랑스와 독일의 반전 여론은 각각 83%에서 88%, 80%에서 86%로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전쟁 지지율도 61%에서 43%로 크게 떨어졌다. 미국은 이 기간 14% 포인트가 떨어져 현재 60%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라크전이 대 테러 전쟁에 지장을 줬다는 응답은 독일이 58%, 프랑스 55%, 러시아가 50%를 차지했다. 특히 요르단인의 80%, 모로코인의 40%, 파키스탄인의 41%가 자살 폭탄 테러 등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파키스탄에서는 응답자의 65%가 오사마 빈 라덴에 호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16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여론조사 발표 세미나에 참석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가라 앉고 있다"며 "미국과 아랍 세계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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