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됨으로써 정국(政局)은 태풍을 맞고 있다. 정치환경이 예측불허로 치닫게 된 상황에서 과연 방송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방송은 이중적인 고민 속에서 하나의 시각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민주적 포럼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여 '공론 영역의 확대'에 기여할 것인지, 아니면 심각한 사회갈등 속에서 가능한 공통의 경험과 가치를 제시하면서 '갈등 통합'의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우리 사회의 분열은 증폭되었다. 지역, 세대, 계층, 이념의 대립이 과도한 갈등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방송이 공론 영역의 확산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때 자칫하면 갈등과 대립 국면이 심화할 수 있으나, 시시비비를 가림으로써 올바른 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방송이 갈등 통합의 역할에 충실하면 갈등 비용은 줄어들 수 있지만 갈등의 원인에 대한 역사적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다.
현 상황에서 방송의 역할은 갈등 통합보다는 공론 영역의 확대에 있다.
왜냐하면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방송이 갈등 봉합에 치중할 경우 단기적으로 갈등이 해소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갈등을 초래하며 문제의 본질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방송한 'KBS 스페셜'만을 두고 보면, KBS가 이 프로그램을 긴급 제작해서 공론을 확대시킨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KBS는 13, 14일 오후 8시에 방송한 '대통령 탄핵, 국민은 없다'와 '노 대통령, 국회충돌 1년'을 통해서 탄핵안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제기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가결되기까지 과정도 충실하게 담아냈다.
특히 2001년 한나라당이 김대중 대통령 탄핵 논의를 제기했을 때 민주당의 반대의견과 현재의 입장을 비교함으로써 민주당의 이중성을 비판한 것이나, 1995년 김영삼 대통령과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 개입 발언 화면은 이번 탄핵안이 대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치 공세이고,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목적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임을 밝히고 있다.
방송은 신문과 달리 주간편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쟁점들을 발 빠르게 보도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중대한 사건의 경우, 주간편성표에 얽매어서 취급하지 않는 것은 침묵하는 것과 다름없다. 탄핵 정국의 중대함을 고려할 때, KBS가 적극적으로 취한 태도는 바람직한 선택이다.
'KBS 스페셜'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공정성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객관성을 이유로 양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보다 더 역사적 진실에 가까운 것 아니겠는가.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joo@s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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