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식을 듣고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그 전날 노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면서 조금 더 솔직하고 겸손하게 사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인간은 원래 부족한 존재여서 살다 보면 많은 실수와 잘못을 하게 되어 있다. 잘못했을 때 뉘우치고 사과하면 그 다음 문제가 잘 풀리는데 잘못을 하고도 뉘우치지 않고 사과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관련된 다른 사람과 관계가 멀어지고 일도 잘 안 풀릴 때가 많다.
새삼 얼마 전 우리 집의 작은 소란이 생각난다. 나는 아들만 둘인데 큰 아이가 고등학생, 작은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나니 부딪히는 일이 많아졌다. 하루는 서로 인터넷을 먼저 하려다 형이 동생에게 주먹다짐을 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 동생은 울며 형을 욕하고 서로 큰소리로 싸우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불러 야단도 쳐 보고 달래도 보았지만 서로 상처의 골이 깊어 절대로 화해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나는 아이들을 내 침대 위로 불러 솔직하게 사과를 했다. 두 아이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릎까지 꿇고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지금은 우리 부부가 사이 좋게 지내고 있지만 과거에는 아이들 앞에서 부부 싸움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주었다. 그런 모습을 본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을 받아 싸움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시는 부부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며 전에 너희들 앞에서 아빠와 엄마가 싸웠던 것까지 용서해 줄 수 없겠느냐고 했다. 아빠가 자식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면서 사과를 하자 큰 아들이 먼저 "아빠 ! 제가 잘못했어요" 라고 울면서 고백했다. 그러자 동생이 이어서 "아니에요, 제가 더 잘못했어요" 라고 용서를 빌었다. 결국 두 아이의 화해는 이루어졌고 그 날 이후 아이들은 다투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다소 창피한 집안 이야기이지만 어른도 아이 앞에서 솔직하게 용서를 빌 때는 무릎을 꿇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조금 더 겸손해지고 잘못을 했을 때는 용기 있게 사과할 줄 알고, 그래서 그 사과가 용서와 화해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tong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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