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충격에서 벗어나 반등한 지 겨우 하루만에 미국발 악재로 주저앉았다. 최근 스페인에서 발발한 테러가 알 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져 다우와 나스닥 등 미국의 양대 지수가 모두 하락한 것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테러보다는 미국의 고용지표 둔화가 지속되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더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들이 공격적 매수세를 접고 관망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투자자들도 맹목적인 저가 매수보다 외국인의 동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외국인, 탄핵보다 미 증시 영향 더 받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2일, 외국인들은 거래소에서 419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15일에는 465억원을 매도했지만 금액이 크지 않아 개인과 기관이 충분히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16일에는 1,4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탄핵 정국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던 외국인들이 미 증시의 급락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미 증시의 급락 원인은 테러의 위기감과 일부 경제지표의 부진 때문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의 고유선 연구원은 미국의 2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0.7%로 시장 전망치(0.4%)를 웃돈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뉴욕지역의 3월 제조업지수가 25.3으로 2월(42.5)보다 크게 하락한 것은 부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고용 부문의 지표가 지난 4분기 이후 계속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경기 상승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외국인들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국내 증시도 조정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16일 자사 해외 현지법인 직원들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기존의 '매수' 전략에서 '중립'으로 일보 후퇴해 관망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석 연구위원은 "미국 투자자들은 정치적 변수보다는 최근 미국 시장의 조정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며 "매수 재개는 미국 시장의 반등 시점에 연동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투자자, 섣부른 저가매수보다 관찰을
16일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도 개인투자자들은 매수세를 이어갔다. 탄핵 정국을 틈타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외국인들이 관망세를 이어간다면 섣불리 매수하기보다는 일단 기다리면서 미국 증시 동향을 관찰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종증권은 "향후 시장의 방향키는 최근 조정을 보이고 있는 미국 시장에 달려있다"며,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양상을 지켜보면서 매매 타이밍을 한 템포 늦추라"고 조언했다.
한양증권 김지형 연구원도 "선행지표인 미국 증시가 기술적 반등 수준을 극복하는 모습이 확인될 때까지 보수적인 시각에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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