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출판사를 지원했어요?" 이런 우문에 현답이 돌아옵니다. "책을 좋아하고, 또 제 손으로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서요."새 봄이 되면 또 많은 젊은 책벌레들이 출판사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렇지만 출판사의 문은 호락호락 열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들은 다시 찾아와 말합니다. "경력이 없지만 잘할 수 있습니다. 기회를 주세요."
그렇습니다. 출판사는 경력자를 선호합니다. 저 또한 머리 맑고 참신한 신입 직원을 뽑아보려고 무던히 애를 쓰다가도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경력자의 이력서로 손이 가곤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째, 출판사 공간에는 연속극이나 영화에 나오는 풍경과는 달리 낭만이 없습니다. 이미 수많은 원고들이 대를 이어 산적해 있고, 편집자의 선호 여부와는 상관없이 한 권의 원고가 끝나면 또 다른 원고가 즉시 주어집니다. 물론 퇴근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지요. 그뿐인가요? 수천 권의 반품 더미 속에서 씨름을 하다 보면 출판인이라기보다는 자원재생업의 일꾼 같습니다.
둘째, 신입사원 평균 연봉 같은 기사는 절대 보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업종별 평균 임금이 최저인 곳이 바로 출판계이니까요. 게다가 근무 환경은 둘째 치고 함께 일하는 사람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기 십상입니다. 독불장군 같은 사장, 집요하기 그지없는 편집장, 하루 종일 원고를 들여다보며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선배, 매일 통장만 바라보며 한숨짓는 영업부 직원. 이런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겠지요?
그러다 보니 이미 출판물을 먹어 눈치껏 회사의 허드렛일까지 찾아내는 경력자를 선호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또 다시 봄바람과 함께 찾아올 신입 사원을 기다립니다. 세상이 온통 내고 싶은 책으로 가득 차고, 소음 가득한 인쇄소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 뛰는 그런 젊은이를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김 흥 식 서해문집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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