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 등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바꿔 놓은 경우 명의를 빌린 사람뿐만 아니라 명의를 빌려 준 사람도 민사상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고법 민사21부(김진권 부장판사)는 16일 가압류 당할 것을 우려한 친척의 부탁으로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변경해 준 오모씨가 "임대주택 우선분양 대상자인 무주택자로 인정해 달라"며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분양자 지위확인 청구소송에서 원심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명의만 빌려 줬다고 해서 무주택자로 인정할 경우 탈법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며 "명의를 빌려 준 사람은 그로 인한 이익뿐 아니라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불법 명의 신탁은 서민의 주거생활 안정 및 주택공급 질서를 확립하려는 임대주택법,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 및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해 오던 오씨는 2000년 6월 건설공사 인부들의 임금을 체불한 동서의 부탁을 받고 1개월 동안 동서의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등기해 줬다. 오씨는 그러나 2003년 1월 자신이 살던 임대아파트 분양을 신청했다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있는 만큼 우선분양대상자인 무주택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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