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연금제도를 개선, 연금지급률을 인구증가율과 평균수명에 연동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연금지급률을 지금보다 낮춰 고정시키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지만 고령화가 급진전되면 또 다시 연금지급률을 하향 조정하고 이에 따른 국민 반발이 되풀이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서강대 조장옥 교수는 16일 한국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한국 인구고령화의 경제적 효과 세미나'에서 '인구구조 변화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효과'라는 논문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연금지급률을 인구증가율 등에 연계시키지 않고, 소득의 일정비율로 정하게 되면 인구증가율 감소와 함께 필연적으로 연금계정에 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 교수의 실증분석에 따르면, 인구증가율이 현재 수준의 절반인 0.3%로 감소할 경우 연금지급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매년 조세부담을 2.9% 정도 늘려야 하며 인구증가율이 0%, 즉 인구가 늘지 않을 경우에는 조세부담을 5% 정도 늘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갹출금에 의존, 연금지급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현행 연금지급 방식은 장기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평균수명이 늘어나도 연금지급률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수명이 73세에서 78세로 늘어나면 노년기 임금소득에 대한 연금지급액 비율이 15.7%포인트 떨어지고, 총소득 대비로는 2.9%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년기 퇴직연령과 소득은 증가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청년기의 저축률·소비율 등은 감소할 수 밖에 없고, 연금지급률도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인구 구조변화로 인한 충격이 조정기간의 전반부에 90%이상 반영된다는 점에서 국내 연금제도를 인구 변수와 연계시키는 개혁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개인의 부가 은퇴 이전까지 증가하다가 그 이후부터 조금씩 감소한다는 '생애주기가설(Life-Cycle Hypothesis)'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은퇴 후에도 부나 소비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분석도 제기됐다. 서강대 남주하 교수는 '고령화가 가구의 자산규모, 소비 및 저축에 미치는 효과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나이만 가지고 부의 축적과 소비의 변화를 추정할 경우 우리나라 가계의 부는 52세 이후, 소비는 51세 이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늦게 태어난 세대일수록, 즉 1950년대보다 70년대 태어난 사람일수록 생산성도 높고, 부도 더 많이 창출한다는 세대효과를 고려하면 은퇴 후 나이가 증가해도 부나 소비의 감소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는 노년기에도 부동산 등을 통한 자산축적이 계속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남 교수는 그러나 "이는 생산성 향상이 빨랐던 과거 자료에 기초한 실증 연구결과로, 앞으로 고령화와 인구증가 둔화로 저축률 하락과 생산성 하락이 겹칠 경우 이 같은 세대효과도 부정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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