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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장편 "Aloft" 美문단서 큰 반향/"이창래 소설, 인종을 넘어 인간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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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장편 "Aloft" 美문단서 큰 반향/"이창래 소설, 인종을 넘어 인간을 보다"

입력
200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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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작가 이창래(39)씨의 신작 장편소설 '얼로프트'(Aloft·'높이' '위에'라는 뜻)가 미국 언론과 평단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펭귄출판사에서 출간된 지 일주일 만에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등 유력 언론과 비평계에 리뷰가 쏟아지고 있다. 이씨가 5년 만에 발표한 이 소설은 이미 책이 나오기도 전인 지난해말 워너브러더스와 영화화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얼로프트'는 한국인 아내와 사별한 60세 미국인 제리 배틀이 롱아일랜드 근교에서 두 자녀 잭, 테레사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가족 관계가 어떻게 흔들리고 또 어떻게 회복되는지를 그렸다. 가족의 갈등이 눈에 보이는 인종의 차이(미국인 아버지와 혼혈 자녀)가 아닌 마음에 뿌리내린 이질감에 있다는 것이 중요한 주제"라는 게 작가의 말이다.

현지 평단은 그의 새 작품이 이민자의 삶에서 벗어나, 보다 보편적인 미국의 삶으로 소설적 지평을 넓혔다는 데 높은 평가를 보냈다. 평론가 A. O. 스코트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민소설이 도시 근교의 삶과 만났다"며 "이창래의 새 소설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간 다른 작품들에서 반복됐던 진부한 묘사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도시 근교인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가진 사람들로 소설에서는 대개 이들의 삶을 '풍요롭지만 공허한 것'으로 묘사해왔다. 스코트는 "이창래 소설에서 공허함은 회복되는 가족 관계로 인해 극복된다"고 분석했다.

보스턴글로브는 '옐로'라는 소설로 국내에도 알려진 재미동포 작가 돈 리의 기고문을 실었다. 돈 리는 "제리 배틀이 고뇌를 극복하는 법은 거기 함몰되는 대신 그 자신을 '높이(Aloft)'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설의 앞뒤가 탄탄하지만 중반은 좀 늘어지는 약점이 있다면서도 "사려 깊으면서도 때로 불안해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며 이민자 부모를 둔 작가인 이씨가 인종 문제에만 천착하지 않고 '인간 자체의 문제'로 나아갔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시카고 선타임스에 기고한 샤론 바렛 몬타나대 교수는 "이 소설은 한 가족의 고통과 그 극복에 관한 이야기"라며 "미국 사회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 멋진 소설"이라고 평했다. 아리엘 곤잘레스 마이애미데이드대 교수도 마이애미헤럴드 기고문에서 "이창래는 전작의 명성을 잇는 안정적인 문제의식을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비아시아적 시각으로 미국 사회를 조망하는 시도를 단행했다"면서 "그것은 예이츠와 업다이크 등이 작품에서 도시 근교의 삶을 묘사하면서 보여준 기교와 예술적 공감대를 환기시킨다"고 극찬했다.

이씨는 자신의 경험에 바탕해 이민자의 삶을 다룬 '네이티브 스피커'와 '제스처 라이프' 두 권의 장편소설로 미국 문단의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으며, 2002년에는 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정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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