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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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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내원사계곡이 있는 천성산은 최근 반갑지 않은 소식으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해졌습니다. 경부고속철도가 이 산의 심장을 관통하기 때문입니다. 터널뚫기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 지율스님의 단식투쟁과 삼보일배가 이어지면서 조용하던 산자락은 개발과 보존의 갈등에 휘말렸습니다.환경단체와 불교계는 개발이 본격화하면 수달과 꼬리치레도룡뇽 등 멸종위기의 보호동물들이 사라지고 수도 분위기가 깨진다고 지적합니다. 터널길이가 16㎞에 달한다고 하니 환경에 얼마나 많은 악영향을 미칠지 짐작하기 힘듭니다. 정부는 국가의 중대한 사업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하지만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태세입니다.

내원사와 가까운 영취산 통도사 일대도 개발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양산시는 관광개발 명목으로 30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위락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름드리 나무가 베어지고 벌거벗은 흉물스런 모습이 드러나 있습니다. 여기에 신평우회도로 공사까지 겹쳐 영취산은 그야말로 흉물스런 산으로 변했습니다. 관계당국은 이 곳에 머지않아 호텔, 골프연습장, 체육시설 등이 들어서고 새로운 도로가 뚫리면 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편리해질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자연환경을 만신창이로 만들면서까지 편의시설을 지어야하는지, 말들이 많습니다.

배내골이 있는 영남알프스 일대는 이미 너무도 많은 개발이 진행돼 원상복구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뒤늦게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취해졌지만 과다하게 들어선 음식점과 민박시설은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배내골과 분명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길과 사람은 분명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인구가 늘어나면 개발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비단 양산지역에서만 자연이 파괴되고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국토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매번 우리는 너무도 쉽게 자연을 포기하고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번 여행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자연이라고 늘 인간이 하는대로 가만이 있겠습니까.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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