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에는 사랑에 목숨을 거는 남녀들의 얘기가 많이 나온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사랑에 목숨을 건다. 대개 그들은 부모의 반대에 목숨을 버리는 것으로 자신들의 사랑을 완성한다. 그래서 더욱 애절해 보이고 그 애절함으로 명작의 이름을 얻는다.그러나 현실에서는 꼭 그런 순정한 사랑에만 목숨을 걸지 않는 모양이다. 두 남녀가 사귄 지 일년이 지났다. 여자가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말한다. 받아들일 수 없는 남자는 자기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지른다. 그 남자의 마음이 로미오와 비교하여 부족할 게 어디 있겠는가. 이토록 목숨을 걸고 사랑한다는데.
사랑 때문에 불을 지르고, 사랑 때문에 칼부림하고, 사랑 때문에 찾아가 복수하고, 사랑 때문에 몸을 던지고, 신문을 보면 도처에 그런 사랑 천지다. 저마다 사연을 풀어내면 또다른 느낌일지 모르나 짧은 기사로 읽는 극단적인 사랑은 우리를 부담스럽게 한다.
어쩌면 그게 소설과 기사의 차이일지 모르겠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도 그것이 신문에만 짧게 한줄 났다면 우리는 어린 그들의 철없음부터 나무랐을 것이다. 왜냐면 현실 속의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책 속의 사랑만큼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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