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으로 온 언론이 이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불가피한 일이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언론은 중요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성찰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최근 100년만의 기습적인 3월 폭설은 안 그래도 어려운 우리 농촌에 시름을 더해 준 것은 물론 전국적으로 많은 사고를 유발하면서 큰 피해를 불러왔다.
당시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아무리 많은 인원을 동원해 눈을 치우려고 해도 하늘이 뚫린 듯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눈에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 보였다. 만일 눈이 조금 더 왔더라면 국가 재난 사태에까지 이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평소에는 친근하게 보이는 눈이 이처럼 무서운 자연재해로 변한 것은 오늘날까지 자연을 경시하고 개발에만 열을 올린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되돌려 받는 보복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 현상은 지구 곳곳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질병만큼이나 무서운 인류의 위협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자연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류의 기대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셈이 되었다고 할까.
무엇보다 정부의 비전문적 늑장 대응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예상되는 재해나 재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철저한 준비가 부족했다. 물론 어떤 재해가 어떻게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예상이 쉽지는 않다.
예를 들어 눈이 오면 당연히 교통 혼잡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이 고속도로상에서 16시간 이상을 지체하고 먹을 것과 약품 등을 공수해야 할 만큼의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경험칙상 예상하기 힘든 면이 있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재해의 피해 당사자인 국민들이 협조해 주어야만 재해대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정부가 이를 좀더 빨리 감지하고 발 빠르게 언론의 도움을 얻어 국민들에게 상황을 환기시켜 주었다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언론은 언론대로 재해나 재난이 발생하면 모두들 호들갑을 떨면서 보도한다. 이번에도 정부의 비전문성과 늑장 대응을 연일 사정 없이 질타하였다. 또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누가 책임이 있는지, 농어민들이 얼마나 막막한지, 민관군이 합심하여 어떻게 복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정치인이 방문해서 살피고 갔는지 등도 중요한 보도거리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재난이 예상될 때 국민들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지적하는 신문 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요즘처럼 주변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예상하기 힘든 재해나 재난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언론의 환경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곳에서 어떠한 재해나 재난을 당할지 모른다. 일본의 경우에는 항상 지진에 대한 대비책과 훈련을 통해서 준비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일본은 지진이 자주 많이 발생하는 지역인데도 준비된 자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체계적인 복구도 가능하다.
이에 반해 우리는 재해나 재난에 대한 준비 자세가 너무나 허술하다. 그래서 막상 재해와 재난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예상보다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들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준비하도록 홍보하고 교육할 수 있는 것은 언론뿐이다. 따라서 정부의 무책임과 비전문성만 탓할 것이 아니라 언론(특히 방송)이 나서서 더욱 전향적인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은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정치 뉴스를 줄이는 대신 우리의 환경 변화에 대한 글을 계속해서 쓰게 하고 재해와 관련된 방송 드라마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 재 진 한양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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