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양철학 연구의 기틀을 잡은 박홍규(1919∼1994·사진) 전 서울대 교수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강의록 '형이상학 강의 2'와 '플라톤 후기 철학 강의'(민음사 발행)가 출간됐다. 1995년 1주기에 나왔던 그의 전집 제1권 '희랍철학 논고'와 제2권 '형이상학 강의 1'에 이어 전집 3, 4권으로 나온 것이다.35년간 서울대에서 그리스 철학과 프랑스 철학을 연구한 박 교수의 강의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귓속말로 "보석 떨어진다. 주워 담으라"고 속삭일 정도로 이름 났었다. 그 강의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제자들은 70년대 후반부터 녹음하기 시작했다. 100여 시간 분량에 이른다.
이번 책은 84년 정년 퇴임을 전후해서 했던 강의를 비롯해, 제자들과의 대화를 담은 것으로 그의 핵심 철학이 녹아있다.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지만 일반인들이 흥미롭게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대목도 많다. 특히 그리스 철학의 근본적인 성격을 다룬 '형이상학 강의 2'에서 '플라톤과 철학' 부분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전쟁이 철학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플라톤 철학이 근본적으로 어떤 성격인지를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마치 당시의 강의실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하다.
10년 넘게 고인의 강의 녹음 자료를 윤독해온 이태수 김남두(이상 서울대), 이정호(방송통신대) 교수 등 제자들은 남은 전집으로 '창조적 진화 강독'(2권)을 내기 위해 90분짜리 테이프 20여 개를 정리하고 있다. 고인의 기일인 14일 경기 여주군 남양주공원묘원에 있는 묘소에서 '서거 10주기 추도식 및 전집 3, 4권 봉정식'이 열렸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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