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진출이라니, 누구 맘대로….'벼랑끝에 몰린 서울 삼성이 '국보급 센터'서장훈(207㎝)을 앞세워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삼성은 1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3∼04 애니콜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2차전(3전2선승제)에서 서장훈(29점 8리바운드)과 로데릭 하니발(17점), 안드레 페리(12점 14리바운드) 등의 활약을 앞세워 조동현(17점)이 분투한 인천 전자랜드를 89―67로 대파했다. 이로써 1차전 패배를 설욕하고 1승1패로 기사회생한 삼성은 17일 원정지 부천에서 열리는 3차전서 4강 진출권을 다투게 됐다. 2연승으로 창단 후 첫 4강 진출 축포를 터뜨리려던 전자랜드는 팀 득점의 3분의 1 이상 맡아오던 '트리플더블러' 앨버트 화이트가 상대 서장훈 김택훈 등의 높이에 막히면서 골밑 돌파에 어려움을 겪어 분루를 삼켰다. 서장훈은 14개 시도한 2점슛 중 11개를 꽂아넣는 등 75%의 높은 야투 성공률을 과시했다.
경기직후 김동광 삼성 감독은 "센터의 수비를 용병들이 도와주면서 상대 득점을 무력화한게 승인"이라고 밝혔다.
초반부터 기싸움이 불을 품었다. 선수들이 공을 품고 코트 위를 나뒹구는 장면이 줄곧 연출됐다. 전자랜드는 첫판을 잡고 기세등등하게 잠실벌에 상륙했지만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에 직면했다. 삼성은 주전 포인트가드 주희정이 벤치를 지킨 가운데 손목 부상중인 가드 강혁이 붕대투혼을 펼치며 공수 템포를 조절했다. 여기에다 1차전때 먹히지 않았던 서장훈의 미들슛이 잇따라 폭발하면서 4분여 남기고 18―8로 질주했다. '1차전 승리는 100% 4강 보장'이라는 불문률만 믿고 여유있게 나선 전자랜드는 뒤늦게 화이트의 골밑 공략과 문경은의 3점슛으로 포문을 열었지만 촘촘한 삼성의 수비망에 잇따라 걸려들었다.
2쿼터 초반 20여점차로 뒤지던 전자랜드는 쿼터 종료 9.1초전 최명도의 정면 중거리포가 림을 갈라 전반을 35―46으로 따라왔다. 그러나 3쿼터 들어서도 한 번 궤도에 오른 삼성의 득점력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반면 전자랜드는 화이트가 몸싸움에서 쉽게 공을 포기하고 덩크슛을 잇따라 실패하는 등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4쿼터에 전자랜드는 1차전때 팀 공헌도가 높았던 박영진을 내보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삼성 선수들의 표정엔 이제 자신감과 여유가 넘쳐났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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