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내리는 거냐, 못 내리는 거냐." 이동통신요금 인하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와 이동통신 업계 안팎의 입씨름이 가열되고 있다. 물가 당국이 수년간 별러온 이통 요금 인하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와 후발사업자들은 요지부동이다. 형편이 나은 SK텔레콤은 눈치만 보는 상황.15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경부는 올들어 해외 원자재 가격 앙등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연내 물가 상승률을 3% 선에서 묶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이동통신업계의 요금인하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통사별로 연간 수천억∼2조원의 순익을 내고 있지만 이를 통신 서비스개선에 재투자하기 보다 대부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해 과다 이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재경부의 시각이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시 이동통신 요금의 비중(23.7)이 도시가스(18.6)나 전기료(18.0), 사립대 등록금(15.0) 보다도 높게 반영되기 때문에 물가 인하효과가 크다는 계산도 있다. 현재 국내 이통요금은 월 기본료 1만4,000원, 10초당 18원 수준 내외에 묶여 있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원칙적으로 불가'라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11일 재경부에서 열린 물가대책차관회의에서 "시장 움직임을 지켜보며 가급적 개입을 자제하자는 입장"이라며 "상반기 중 요금 인하는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CID) 요금을 가입자 1인당 1,000원씩 낮춘 데다 올들어 번호이동성제 실시로 이동통신사들이 다양한 할인요금을 쏟아내면서 사실상 10∼15% 가까운 요금인하효과(SK텔레콤 기준 총 6,500억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KTF와 LG텔레콤도 이러한 정통부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다양한 할인요금을 출시한 상황에서 또 요금을 내리면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후발 사업자는 영업·마케팅과 신규 서비스 투자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단체와 물가 당국은 '혜택의 균등 분배'를 내세워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행 할인요금은 요금을 많이 낼수록 할인 폭이 커지기 때문에 일부 고액 사용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반면, 재경부 안대로 기본요금과 통화요금을 동시에 내리면 혜택이 국민 전체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이통사업으로 2조원의 이윤을 올린 SK텔레콤은 "정통부의 인가가 나야 요금을 내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원하면 요금 인하문제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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