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탄핵쇼크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주가는 소폭 상승했고 환율은 떨어졌으며 해외시장의 한국물 가격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경제적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부정적 상승작용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시장은 '절반의 회복'속에 관망세로 접어드는 양상이다.주식시장
15일 주식시장은 '블랙 프라이데이' 충격에서 벗어나 개장초부터 기분좋게 출발했다. 장중 하락세로 반전되기도 했지만 결국 850선을 회복, 지난주말보다 3.46포인트 오른 852.26으로 마감됐다. 코스닥 역시 4.98포인트 상승, 425.26을 기록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미국증시의 급등으로 장 분위기가 호전된 가운데 12일의 급락에 대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가 안정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탄핵의 단기적 영향은 지난주말 주가에 반영됐으며 이미 여러 차례 외부 충격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어 빠르게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날 46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기조적 '팔자' 추세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외환시장
개장초 1,174원까지 내려갈 만큼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의 폭등세를 멈췄다. 탄핵후 불안심리에서 야기됐던 일방적인 '달러사자' 분위기도 사라졌다. 최종가는 주말보다 5.50원 내린 1,175.30원.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 영향으로 다소 올라가는 압력은 있지만 탄핵충격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안심리가 완전 제거된 것은 아니다. 일부 딜러는 달러당 1,200원대까지 전망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보다 3원정도 높게 형성되는 역외선물환(NDF) 시장환율은 이날 달러매수 움직임 속에 1,180원 안팎에서 거래돼 원·달러환율이 당분간 1,170원대 이하로 내려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시장
한국의 신인도를 반영하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떨어졌다. 이날 홍콩시장에서 외평채 10년물 가산금리는 지난 주말보다 2∼4bp(1bp=0.01%포인트) 가량 낮은 선에서 거래됐다. 다른 한국물 가격도 큰 변화는 없었다.
해외투자기관들의 전망도 대체로 밝았다. 리먼브러더스는 "한국 경제가 전세계적 경제회복의 수혜를 볼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탄핵이 펀더멘털에 중요한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이치증권도 "한국증시가 이번 사태로 조정을 받는다면 이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좋은 매수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기업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자 재계도 함께 안도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극단적 상황만 없다면 탄핵사태가 기업경영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별다른 비상경영체제 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탄핵정국이 지속될 경우 재벌총수와 구조본부장 등을 옥죄어왔던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다만 수출 기업들은 주요 해외거래선을 상대로 탄핵사태가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집중 설명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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