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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이제는 문화산업이다

입력
2004.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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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베이징의 DVD 상점에 가면 한국 영화나 드라마만 모아놓은 별도 코너가 있다. 중국의 라디오에는 한국의 최신 음악들이 방송되고 있으며 중국 청소년들의 공부방에는 강타, 전지현 같은 한국 스타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그 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우리의 TV 드라마 '겨울 연가'를 옮긴 소설책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고 가수 보아는 일본 청소년의 우상으로 자리잡았다. 바야흐로 동남아 전체를 강타한 한류 바람이 이제 일본에서도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 문화는 세계 대중 문화산업의 소외지대였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007 시리즈에 나오는 한국인은 무뚝뚝한 살인자였다.

70년대 미국 인기 TV 시리즈 '코작'에 나오는 한국인은 범죄자이고 한국전쟁을 다룬 '매쉬'에서조차 한국인들은 겁쟁이이거나 멍청하게 그려졌다. 우리 스스로도 그 동안 우리 대중문화에 대해 지금만큼의 자신이나 애정이 없었던 것 같다.

국민의 정부 초기에 일부 관료와 학자들은 어차피 한국 영화는 경쟁력이 없으니 보호해 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었다.

이들은 우리 영화산업은 할리우드에 비해 비교 우위가 없으므로 다른 산업을 살리기 위해 포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불과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영화 산업은 사라지기는커녕 일본 영화산업을 대신하는 아시아 영화 산업의 성공 사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음악, 드라마, 그리고 영화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거두고 있는 지금의 눈부신 성공은 단순히 문화 산업에서의 성공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일본인들은 이제 한국인 하면 거칠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멋있고 산뜻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 문화 상품의 공이 컸다.

이렇게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 상품에 익숙하게 되면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외국인들은 우리의 비즈니스 상품 전체에 대해서 친밀감과 호감을 갖게 된다. 남들이 안될 것이라고 했을 때, 우리 내부에서조차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오늘의 한류를 만들어낸 사람들이야말로 애국자이며 우리 문화 산업, 더 나아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주인공이다. 우리 모두 앞으로 우리 문화산업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 형 진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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