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새로운 기획이었다. 주현 송재호 양택조 김무생 박영규 선우용녀 등 한국의 대표 중년배우만으로 영화를 만든 것은.발상 또한 획기적이었다. 나이 지긋한 남자를 고독케 한 것이 동성애라고 주장한 것은. 그러나…
'고독이 몸부림칠 때'(감독 이수인)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중년 남녀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영화다. 이제는 지겨운 젊은 남녀의 알콩달콩 사랑 만들기에 지친 것일까. 영화는 '절대고독'을 부둥켜 안고 살아가는 중년의 삶에 카메라를 밀착시키면서, 그들이 고독해 하는 이유와 그들만의 고독 타파방식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주인공은 경남 남해군 물건리에 사는 평균연령 60세 가량의 남녀 7명.
타조가 알도 제대로 못 낳아서 더 고독한 타조농장 주인 중달(주현), 나이 오십이 되도록 총각딱지를 못 떼서 고독한 노총각 중범(박영규), 아들도 며느리도 없이 손녀를 키워서 고독한 필국(송재호). 여기에 찬경(양택조), 진봉(김무생), 인주(선우용녀), 순아(진희경)가 저마다 '몸부림치는 고독'을 껴안으며 이래저래 살아간다.
영화는 그래서 딱히 줄거리가 없다. 조각조각 난 웃음만이 가득할 뿐이다. 맞선에 계속 실패한 노총각 중범이 느닷없이 "남자 젖꼭지와 입술이 더 좋아요"라고 '커밍 아웃'(동성애 선언)을 하는 식이다.
노인들이 고독을 이겨내는 방법도 억지에 가까운 코미디다. 아들과 딸이 모두 타지로 떠나 혼자 사는 진봉은 이승복 동상을 날마다 닦으며 반공정신으로 고독의 빈자리를 채운다.
'갈매기' '대머리 여가수' 등 연극무대에서만 활동해온 감독의 태생적 한계 때문일까. 영화는 TV와 CF의 그 빛나는 조연 배우들을 몽땅 모아놓고도 화음을 전혀 전하지 못한다. 감독이 말한 "삶에 대한 애정과 낙관"도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초등학생도 아는 중년 배우 양택조, 시트콤의 영원한 스타 박영규. 이들은 그저 순서를 정해 영화에 번갈아 등장하면서 웃음을 전하려 애쓸 뿐이다. 영화에는 고독도 없고, 몸부림도 없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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