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말 처음 열릴 것으로 보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청구사건의 공개변론은 탄핵 심리에 임하는 대통령과 국회 양측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첫 시험대다.공개변론이 단순 법리 해석과 이에 대한 의견 개진 만으로 진행된다면 문제는 간단하고 심리를 오래 끌 이유도 없다. 그러나 청구인측(국회)에서 '선거법 위반' '권력형 부정부패' '경제파탄' 등 탄핵사유에 대한 사실심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탄핵 심리에 임하는 양측의 전략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청구인측은 노 대통령의 위법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고, 그 중요성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선 것은 아니지만, 증인 신청과 전문가 진술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구인측의 이 같은 전략이 적중할 지는 미지수다. 박찬운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사실심리가 아닌 '법리 해석'을 하는 기관"이라며 "만약 탄핵사유를 놓고 사실심리에 들어갈 경우, 언제 심리가 끝날지 아무런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의 경고가 선거법 위반을 공인한 것인지, 노 대통령이 기자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이뤄진 선거 관련 발언이 과연 탄핵의 조건인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경제파탄의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한 사실증명 및 법리해석을 놓고 청구인측은 상당히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사안에 대한 사실증명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리해석에 초점을 두고 피청구인측과 다툰다면 오히려 탄핵소추 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필두로 꾸려진 노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전략도 그리 복잡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을 인정한다 해도 탄핵까지 당할 만큼 '중대한' 위법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여당 관계자는 "측근 비리로 애를 먹기는 했지만 대통령 자신이 직무와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것이 아니고, 경제파탄 책임도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 논란에 대한 대응이 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사실심리에 들어간다 해도 다급한 것은 우리가 아닌 청구인측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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