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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탄핵 정국" 편파보도 논란/"민의 소재 반영" VS "공영방송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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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탄핵 정국" 편파보도 논란/"민의 소재 반영" VS "공영방송 망각"

입력
2004.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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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을 부추긴 편파 방송인가, 민의(民意)의 객관적 전달인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관한 방송 보도를 둘러싼 편파 시비가 또 다른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주로 문제삼은 것은 KBS. 이들은 14, 15일 잇따라 KBS를 항의 방문하는 한편,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연계 및 검찰 고발 방침까지 밝혔다. 이 가운데 편파 보도 여부에 대한 언론 학자들의 판단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KBS의 보도 태도에 비판적인 학자들이 주로 지적한 것은 탄핵 반대 시위 등 자극적인 현상 보도에 치중했다는 점.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공영방송이라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차분하고 균형 잡힌 보도로 국민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KBS는 탄핵에 이르게 된 과정이나 원인은 별도 보도하지 않고, 국민이 받은 충격이나 반대 시위 등을 지나치게 부각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상당수 학자들은 편파 시비 자체가 정치적 견해와 맞물려 있어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다는 '신중론'을 보였다. 이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학자로서 KBS 등의 보도가 심히 불공정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정치적인 고려를 한다면 편파로 비칠 수도 있다"면서 "다만 탄핵 반대 여론을 부각한 것을 편파 보도라고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뉴스워치팀장은 "사태의 원인이나 향후 전망에 관한 심층 분석이 부족했다는 점은 아쉽다"면서 "그러나 이는 KBS나 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언론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KBS 보도의 편파성 여부는 내용을 좀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다만 KBS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관련 특집을 많이 내보냈다는 것까지 문제 삼고, 방송이 제대로 보도했으면 여론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자율적 판단 능력을 무시한 지나친 억지"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학자는 국민 반응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진일보한 보도'로 평가하기도 했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 여론쪽으로 카메라를 돌린 것은 당연한 조치이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면서 "언론이 정계 동향 중심에서 벗어나 국민 여론을 좀더 충실히 전했더라면 야권이 오판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안 가결 전후 난장판이 된 국회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준 것이 다소 거슬리기는 했지만,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점에서 보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등은 "야당의 KBS 공격은 '탄핵 역풍'의 책임을 방송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19일께 '탄핵정국과 언론'을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고, 공동 성명을 낼 계획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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