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홉살 인생" 두 주인공 김석·나아현/티격태격… "속마음은 안그래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홉살 인생" 두 주인공 김석·나아현/티격태격… "속마음은 안그래요"

입력
2004.03.16 00:00
0 0

"어느날 거울을 보면 거울 속에 권상우가 떡 있는 거래요. 어느날은 비(가수)가 들어 있고…" "머시마 잘난 척은!" "너는 어떤 각도로 봐도 못생겼다" "니는 키 작다 아이가. 니 책 좀 읽어라. 머시마가 여자보다 정신연령이 세 살 늦다 카더라"아역배우 김 석(12·강릉 옥천초등 6년)과 나아현(12·부산 남천초등6년)은 만나자마자 말싸움이다. 싸움이 시작되니 강원도, 부산 사투리가 심해진다. 말싸움은 점점 커지고, 아이들은 허공에 대고 발길질을 하면서 화를 표현한다.

마치 좋아하면서 괴롭히는 영화 '아홉살 인생'의 주인공들처럼. 두 사람 모두 "원래 싫어한다"나.

영화 '아홉살 인생'에서 주먹은 세지만, '대장'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백여민(김석)은 서울서 전학 온 우림이에게 반한다. 그럴수록 여민이는 우림이를 못살게 굴고 두 사람은 끊임없이 싸운다. 오래 전부터 여민이를 좋아해온 동네 친구 금복(나아현)이는 우림이도, 여민이도 미워진다. '프로' 연기자 김석은 소심하면서도 속 깊은 아이 역을 확실히 해냈고, '아마추어' 나아현은 말괄량이면서도 여린 속내를 갖고 있는 사랑스런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연기했다.

"금복이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자존심이 너무 없는 것 같애요."(나아현)

"저라면 우림이 같은 애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음 뭐랄까. 뭐지…. 진실, 그게 없잖아요." (김 석)

영화 속 주인공은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아이들은 5학년 때 이 역을 해냈다. 실제 아홉 살 아이들로는 "너무 어려서" 2시간짜리 영화를 끌고 갈 힘이 없기 때문이다.

김 석은 다섯 살 때 '넘버3'로 시작해 '킬리만자로' '도둑맞곤 못살아' '선생 김봉두'에 출연했고, 여름 방영될 SBS 드라마 '장길산'에서 어린 길산으로도 캐스팅돼 여의도에 있는 한 액션스쿨에서 무술훈련을 받고 있다. "전 지금도 '넘버3' 촬영현장이 다 기억나요. 현장에선 오래 기다리고 힘들어도 좋아요. 배우는 남에게 대본 속 인물의 감정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김석은 '집으로…'의 주인공 유승호와 비교하고, 닮았다고 얘기하는 것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눈치. "유승호는 라이벌은 아니구요. 전에는 '네가 집으로 나온 유승호냐'하고 묻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 말 잘 안 하대요."

연기학원 한 번 다녀본 적이 없는 나아현은 지난해 여름방학에 오디션에 응모,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노래 불러보라고 해서 '화투송'(아줌마들 여럿이 화투치고 놀아요∼), '휘파람'을 불렀는데, 일주일 동안 연락이 없는 거예요. 제가 자존심도 강하고, 이겨야 한다는 마음도 강한 편이거든요. 일주일 내내 집에서 울었어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애들이 부산 사투리 흉내도 제대로 내지 못한다'고 불만이 많던 아현이는 현장에서도 아이들 사투리를 지도하는 '네이티브 스피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현이는 여섯 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는데, 그때 든 생각은 "서울 가야지"였다고.

열댓명의 아이들이 나오니 현장은 늘 북적거렸고, 아이들은 '진실게임'(좋아하는 사람은 누구 식의 질문을 하는 게임), 스캔들 만들기(출연자 어린이가 스태프 아저씨 누구를 좋아한다. 누가 누구에게 사귀자고 고백했다 등)로 늘 떠들썩했다. 하지만 석이는 선생님께 두들겨 맞는 장면을 찍다 허리를 다쳐 침을 맞았고, 아현이는 친구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맘 고생을 많이 했다. 인터뷰 내내 틈만 나면 으르렁대던 아이들에게 상대의 장점을 물었다.

"석이는 액션 장면이 잘 어울려요." "아현이는 안약 안 넣어도 눈물이 잘 나와요. 우는 연기는 진짜 잘해요. 크면 '대장금'의 견미리처럼 될 것 같아요. 얼굴은 아니지만. 히히."

/박은주기자 jupe@hk.co.kr

● "아홉살 인생" 어떤 영화

100만 권 이상 팔린 위기철의 소설 '아홉살 인생'이 원작이다.

1970년대 경상도 한 도시의 산동네. '쌈짱' 검은제비를 제압한 여민이(김석)는 주먹도 세지만, 마음은 더 착하다. 한 쪽 눈을 실명한 어머니를 위해 색안경을 사드리는 것이 꿈이다. 아이스케키 장사, 연애편지 배달 등 각종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고 있는 여민에게 사랑이 찾아 든다.

서울서 전학 온 우림(이세영). 예쁘장한 얼굴이지만, 사소한 장난도 선생님께 일러 바치고, 맨날 "이건 우리 아빠가 미국서 보내준 것"이라며 자랑하기에 바쁘다. 단짝 금복이(나아현)는 우림이를 좋아하는 여민이 때문에 속이 상하고, 아이들은 점점 여민이가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이웃들의 훈훈한 풍경을 밑그림으로 첫사랑의 병을 앓는 꼬마들의 사랑 얘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좋아하는 마음을 트집이나 괴롭히는 것으로 대신 표현하는 아이들 사이에는 싸움이 끊일 새가 없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어느새 어른들 세상을 알기 시작한다.

"그 여자는 속물이야. 하지만 그 속물을 내 마음 속에서 지울 수 없는 자신이 또한 속물"이라며 피아노 선생을 좋아하는 동네 총각의 가슴앓이를 통해 여민이는 사랑이란 것의 괴로움을 알게 된다.

'집으로'가 유기농 농산물 같다면, '아홉살 인생'은 아이들이 엄마 몰래 먹어보는 커피 맛과도 같다.

실연한 청년의 자살, 우림이의 '뻥'에 숨겨진 진실, 한 학기를 보내고 서울로 다시 전학 간 우림이의 마지막 선물은 꽤나 어른스런 설정이다.

삶의 냄새가 물씬하고, 어른들의 정서가 살짝 가미된 잘 만든 성장영화다. 감독은 '바리케이드' '마요네즈'의 윤인호 감독. 26일 개봉.

/박은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