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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정치블록버스터 "탄핵안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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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정치블록버스터 "탄핵안 휘날리며"

입력
2004.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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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승승장구하던 '태극기 휘날리며'가 강력한 흥행 복병을 만났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을 여의도에 나가있는 기자가 전합니다."기자 "1,000만명 고지에 올라선 '태극기 휘날리며'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12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프리미어 시사회를 개최한 초대형 정치 블록버스터 '탄핵안 휘날리며'가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객반응을 들어보겠습니다."

관객 "'탄핵안 휘날리며'는 제가 태어나서 처음 본 블록버스터 같아요. 처음엔 몸싸움이 많아서 조폭 코미디인 줄 알았어요. 국회의장 못 들어가게 막고, 같은 의원들끼리 밀쳐내고. 이어서 가발 벗겨지는 장면, 의원 번쩍 들고 나가는 장면…. 의장이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자, 국회의원들이 울더군요. 액션, 코믹에 눈물까지. 흥행 영화로서의 요소는 다 갖춘 것 아닌가요. 아 참, 노래도 있었지. 과감하게 뮤지컬(애국가 합창)까지 더했군요. 그래도 압권은 탄핵안 가결되자 만세 부른 한 의원이죠. 그 사람 정준하보다 더 웃겨요. 하하하"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세상에 이런 코미디도, 영화도 없다"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태극기보다 재미있다"는 것은 냉소적인 반응의 극치였다. 비수기임에도 크게 늘었던 영화 관객이 어수선한 정국 때문에 큰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코미디 영화를 비판할 때의 논리는 대부분 슬랩스틱에 지나치게 기댔다, 현실성이 없이 너무 비약이 심하다 등이다. 하지만 '격동의 현대사'를 이끌어온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은 때로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더 저질이고, 더 비약이 심하다.

어떤 영화도 존재의 이유가 있고, 미덕이 있게 마련. 배우 조재현은 자신이 주연한 영화 '목포는 항구다'의 작품성 논란에 대해, "저질 저질 욕하지 마라. 세상에는 한정식 같은 영화도 있고, 인스턴트 식품 같은 영화도 있다"며 발칵 화를 냈고, 그의 의견에 많은 관객들이 공감했다. 하지만, '탄핵안 휘날리며'의 관객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세상에 다시는 없을 것 같은 이 정치블록버스터를 공짜로 봤는데도, 봤다는 게 쪽 팔린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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