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시대 백제의 왕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사적 11호)의 비밀이 벗겨질까.국립문화재연구소 유적조사연구실은 서울 송파구 풍납1동 197번지 일대(일명 미래마을 부지, 총면적 6,350평)를 필두로 3월말 풍납토성 10개년 종합학술발굴조사에 본격 착수한다. 지난해 수립된 풍납토성 10개년 발굴조사 계획은 1997년부터 풍납토성 내 아파트 및 소규모 주택 건축을 앞두고 이뤄진 '구제' 발굴과는 달리 풍납토성의 역사적, 학술적 의미를 조명하기 위한 목적에서 장기 계획된 것이다. 문화재연구소는 우선 최근 고고학계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풍납토성의 축조 연대 규명과 서쪽 성벽의 잔존 여부 확인에 치중할 계획이다.
풍납토성의 축조 연대는 초기 한성 백제 성립의 역사를 밝혀줄 중요 단서이다. 문화재연구소는 지금까지 발굴 유구 및 유물에 대한 연대 측정 등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풍납토성의 축성이 기원 전후 시작돼 늦어도 3세기를 전후한 시점에 완성됐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백제의 고대국가 형성 시기를 3세기 중후반으로 보아온 기존 학계의 통설을 뒤집는 주장이다. 반면 박순발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등은 학계의 기존 견해를 중심으로 보다 규모가 적은 몽촌토성이 3세기 후반에 축성된 뒤 풍납토성이 만들어졌으며 따라서 풍납토성의 축조 시기는 3세기 후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제가 온조왕 14년(기원전 5년) 하북위례성에서 하남위례성으로 도읍을 이전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과 관련, 하남위례성의 위치도 논란이 되고 있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가운데 축조 시기가 이른 것이 하남위례성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재연구소 신창수 유적조사연구실장은 "축조 시기를 규명할 증거를 축적하는데 치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1925년 대홍수나 올림픽대로 건설 등으로 유실된 것으로 여겨지는 서쪽 성벽이 어디로 뻗어가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발굴조사단의 주요 과제다. 발굴 준비 차원에서 지난해 미래마을 일부 구간에서 실시한 시굴조사 결과 성벽 흔적으로 추정되는 토층이 발견됐으나 잠정적으로 자연퇴적층으로 판단되고 있다. 하지만 도로 건너편 주택가에서 성벽 흔적이 확인된 바 있기 때문에 미래마을 지점부터 서쪽 성벽이 급격하게 한강쪽으로 치우쳐 뻗어나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풍납토성 10개년 학술발굴조사는 2013년까지 4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 2007년까지 미래마을부지 발굴조사, 2008∼2010년에는 서울시가 영어체험마을을 추진 중인 외환은행합숙소터 발굴 및 동·남벽 조사가 실시되고, 이후 경당연립부지에 대한 발굴로 이어진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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