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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테러 "후폭풍" 집권당도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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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테러 "후폭풍" 집권당도 무너졌다

입력
2004.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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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실시된 스페인 총선에서 야당 사회노동당(PSOE)이 집권여당 국민당(PP)에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둬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앙헬 아세베스 스페인 내무장관은 15일 총선 개표결과 사회노동당이 총 유효득표수의 43%를 획득, 하원 350석 중 164석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사회노동당은 4년 전 총선에 비해 39석이 늘어났지만, 과반의석(176석)에는 12석이 모자라 소수정당과 연립정권구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민당은 38%의 지지율로 184석에서 무려 36석이 감소한 14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당에 줄곧 3∼5% 포인트씩 뒤지던 사회노동당의 막판 역전승은 총선을 사흘 앞둔 11일 수도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열차 폭탄테러의 후폭풍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알 카에다가 "스페인이 미국에 협조한 대가"라고 주장한 비디오테이프가 투표 몇 시간 전에 공개된 것이 결정타였다. 국민당은 테러 직후부터 일관되게 바스크 분리독립 무장단체인 '바스크 조국과 해방(ETA)'을 배후로 몰았으나, 결국 알 카에다가 테러와 연계됐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국민적인 배신감만 키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표율도 4년 전보다 약 10% 포인트 오른 77%까지 치솟았다.

국민당은 지난 해 90% 이상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 이라크에 1,300명의 군대를 파견했으며, 영국 폴란드 이탈리아 등과 함께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반면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페테로 사회노동당 당수는 오는 6월 30일까지 유엔이 이라크 파견 다국적군의 지휘권을 인수하지 않을 경우 이라크 주둔 스페인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라크전쟁에 적극적이었던 서방 국가 가운데서 처음 나온 것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스페인 집권여당의 몰락은 11월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나 내년 총선을 앞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영국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비슷한 테러가 닥칠 경우 유권자들은 테러공포보다는 평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스페인 선거는 서방 각국이 미국과 가까운 것이 현명한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며 "앞으로 미국이 동맹국 여론에 신경써야하는 짐을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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