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하고 걱정하면서 찬성을 위해 피켓을, 반대를 위해 촛불을 들고 있는 이 모든 행동들이 조국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창문 너머로, TV로 망연자실 바라보는 사람도 조국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과 환율시장도 조국의 미래가 그토록 염려되어 그렇게 요동쳤던 모양이다.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현실화하던 날, 밀려드는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수많은 뉴스를 뒤로하고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다시 폈다. '나는 내 영혼보다도 조국 피렌체 공화국을 더 사랑했다'고 고백한 그에게서 조국의 앞날과 주식시장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존경이란 사람들이 자기 뜻에 따라 바치거나 바쳐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이란 지배자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지배자라면 다른 사람들의 존경이 아니라 자기가 조성할 수 있는 두려움에 의존해야 한다. 다만 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기에 대한 증오를 일으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존경보다도 두려움을 조성하는 권력이 더 리더십이 강하다는 표현일 것이다. 비상시 증시에서도 매매가 한편으로 급격히 쏠리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는 것을 보면, 자기 뜻보다는 주변에서 조성되는 두려움이 더 힘을 발휘한다. 금융실명제, 9·11테러, 공황심리 등이 두려움의 뇌관을 건드려 투매를 촉발하는 현상을 곧잘 볼 수 있다.
그 당시를 살펴보면, 항상 처음 있는 일이고 향후 전망이 쉽지않고, 이번만은 과거의 위기와 다를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기 뜻이 아니라 조성되어진 두려움에 따라 휩쓸리고 주식시장에서 행동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지배자의 행동이 아니라 지배를 당하는 자의 행동일 뿐이다. 훌륭한 주식투자자라면 지배자처럼 두려움을 조성할 필요는 없겠지만, 두려움을 이용할 줄은 안다.
증권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수급 혹은 심리변화(두려움을 조성하는 권력)보다는 펀더멘털(존경)이 더 강하게 작동되길 바라는 마음이 앞설 것이다. 실제로 짧지 않은 증권 역사를 살펴보면 증시를 지배하는 궁극적인 힘은 펀더멘털이었다. 정치적 이벤트나, 사회문화적 충격은 단기간으로 보면 매우 큰 파장을 야기하지만 좀더 길게 보면 일시적인 이탈에 불과했다. 요즈음 정치판을 비웃으면서도 솔직히 내 영혼보다 조국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내 스스로 확인해보지 못했다. 더 비겁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깔려있다. 다만 금융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도록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해준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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