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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농업인·소비자 농촌문제 편견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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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농업인·소비자 농촌문제 편견 해소해야

입력
2004.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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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또 119조원을 넣는다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써놓고, 이젠 그 몇 배를 투자한다고 농업에 경쟁력이 생기겠어?" 얼마 전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내게 한 이야기다. 우루과이 라운드 때는 농촌을 살리자고 성금도 모았는데, 도하개발아젠다(DDA)다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하여 여건이 더 어려워진 요즘 국민 정서는 예전과 같지 않다. 농업 문제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오해가 커지는 느낌이다.근년에 농업 투·융자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구조 개선 사업(1992∼98)에 들어간 42조원은 기존 예산에 약간의 신규 사업을 더하여 10년간 합산한 액수다. 게다가 국고 융자금과 농가 자부담까지 합쳐져 총 사업비 규모가 부풀려졌고 사업비의 대부분이 유통시설 등 하부구조 투자에 쓰여 농민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정부 사업을 지원받아 열심히 시설을 확장하고 영농 규모를 늘린 농업인들은 빚더미에 앉았다.

농업 투자 효과는 오히려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생산성 향상으로 농산물 실질가격이 95년부터 연평균 1%씩 하락세로 반전되어 가계비 부담을 줄였으며, 도시민들은 한겨울에 딸기와 수박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국제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농업 소득이 연평균 1.7%씩 감소함으로써 농업인들 입에서 농정 실패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농업인들은 시장 개방으로 농업이 어려워졌다고 말하지만, 개방 탓이라는 것도 지나친 편견이다. 기계화와 시설 자동화로 생산성은 높아지는데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 않으니 가격 하락은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이후 농산물 가격 하락의 약 80%는 국내 공급 과잉에 기인하고 20% 정도가 수입 증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제 농업인과 소비자 그리고 정부가 함께 한국 농업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농업인은 국토를 아름답고 깨끗하게 보전하면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품질 높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와 도시민은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인정하면서 농업 지원을 위한 납세 부담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열린 시장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면서 농가 소득을 직접지불로 보상하는 '재정 부담형 농정' 체제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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