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뒤 결단을 내려야 할 현안들이 적지 않다.첫 시험대는 사면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할 때 국회 의견을 구하도록 하고 있는 사면법안을 둘러싸고 여야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 청와대도 거부권 행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왔다.
고 대행으로서는 위헌 논란이 있는 법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점도 신경 써야 한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사면법 개정안은 12일 정부로 이송됐으므로 고 대행은 이 달 26일까지 이 법안을 공포하거나, 아니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고 대행은 또 대북송금 사건 특사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당초 노무현 대통령은 부처님 오신날인 5월26일을 기해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대북 송금사건 관련자 6명을 특별사면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야당은 대북송금 특사를 "호남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총선용 정략"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고 총리의 결정이 쉽지 않다.
고 대행은 공기업 인사권 등을 어느 정도 행사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총선 이후 대규모의 공기업 물갈이 인사와 일부 장관 및 차관급 개편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고 대행은 탄핵 심판 기간에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기업 물갈이 인사 등은 탄핵 심판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고 대행은 다만 임기를 마친 공직자의 인선은 청와대와 간접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권한을 행사하리라는 예상이다.
외교 분야에서는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 문제가 주요 현안이다. 5월께로 예정됐던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계획을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고 대행이 해외 방문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일부 외국 정상들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에는 고 대행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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