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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서거 100년… "갈매기" 한국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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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서거 100년… "갈매기" 한국온다

입력
2004.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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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는 웃음, 한 눈에는 눈물을 짓게 만드는 위대한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 그의 서거 100주년을 맞아 대표작 '갈매기'가 한국을 찾는다. 러시아의 세계적 연출가 그리고리 지차트콥스키(45)가 연출하고 윤주상, 정동환, 남명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배우가 출연하는 '갈매기'는 4월14일부터 5월2일까지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갈매기'는 방황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섬세하게 그려 체호프를 세계적인 극작가로 만든 작품.이번 공연은 지차트콥스키의 '갈매기' 초연이자 2003년에 발굴된 '갈매기' 초연본(1896년판)의 공연, 그리고 러시아와 한국의 공동 작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러시아의 대표적 연출가인 스타니슬라프스키의 적자(嫡子)로 꼽히는 지차트콥스키는 연극의 나라로 불리는 러시아에서 최고 권위의 연극상인 황금 마스크 작품상과 연출상, 전러시아 최고연출가상 등을 거머쥔 연출가다. '가우데아무스'로 내한했던 레프 도진(59), 2002년 '검은 수사'로 한국을 찾은 카마 긴카스(63), 그리고 지난해 '보이체크'를 들고 왔던 유리 부드소프(43) 등과 함께 러시아 연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영국, 호주,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현지 배우와 작업했던 그는 "초연 작품이라 조심스럽지만 문제는 언어와 억양, 또는 동선 따위가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이해"라며 "후회 없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대한 대사가 그대로 살아있는 초연본 공연에 대해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면 체호프가 왜 이 작품을 희극으로 생각했는지 이유가 잘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체호프는 자신의 이 작품을 '희극'이라 불렀다. 성공에 목말라 하는 재능 없는 여배우(니나), 창작욕에 불타 오르지만 어머니와 애인 니나로부터 버림받는 극작가(트레플레프), 결혼을 하고도 자신이 짝사랑하는 트레플레프만 바라보는 여자(마샤)의 엇나간 관계를 희극이라 할 수 있을까? '갈매기'는 특정한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고 서로 바라보는 사람이 다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이루어지지 않는 욕망'을 다룬다. 지차트콥스키는 마샤의 경우를 예로 들며 "자신이 사랑을 선택하며, 또 한시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 왜 행복하지 않겠느냐"는 대답으로 체호프의 '희극론'을 설명했다.

'갈매기'의 매력은 이런 아이러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차트콥스키의 단짝인 무대미술가 에밀 케펠류쉬가 꾸미는 상징적이면서도 강렬한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윤주상, 정동환, 남명렬의 관록있는 연기와 오만석, 이혜진, 이승비 등 신예 배우의 조화도 주목할만하다. (02)580―1300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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