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높으면 돌아가는 것도 현명한 생각입니다." 최근 광우병과 조류독감 파동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난 소·닭·오리고기 전문점들을 중심으로 전업을 고려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특정 업종의 '라이프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면서 적절한 시기에 업종변경을 하는 것도 경영 노하우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업종변경도 처음 창업하는 마음으로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최근 업종변경을 성공적으로 마친 두 점포의 사례를 통해 업종 변경 시 유의할 점을 살펴본다.
● 17년 고깃집 → 해물·복 전문점
서울교대 후문 인근에서 해물과 복어 요리 전문점 '해오름 복고을'을 운영하고 있는 조기태(53·사진)씨는 같은 자리에서 17년간 '황소집'이라는 상호의 고깃집을 운영하다 2월 과감하게 업종변경을 시도했다.
조씨는 "물론 광우병 파동이 직접적인 계기였지만, 복어가 고혈압, 당뇨병, 신경통, 성인병 등에 좋다는 사실을 듣고, 사람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해물탕과 아구찜에다 다른 가게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복어요리를 제공하는 음식점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조씨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역시 '요리 재료 구입'. 18세부터 음식 장사만 했다는 그는 줄 곳 '순수 국내산 중 최고 품질의 재료를 직접 구입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고깃집을 운영할 때와 비교도 안되게 구입해야 할 재료 종류가 많아졌다.
조씨는 부인과 개업 전 20여일 간 발품을 팔아 가며 일일이 시장조사를 해 거래처를 정했다. 가게를 연 후에는 매일 새벽 4시 30분∼8시까지 직접 시장에 가 해산물을 구입해 온다.
1·2층 합쳐 100평 규모인 점포는 그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대신 인테리어를 비롯한 집기, 간판 등을 요즘 분위기에 맞게 리모델링 했다. 그래도 1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됐다. 조 씨는 "점포 위치가 그대로 여서 기존 단골을 흡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30년 넘도록 음식장사를 해온 베테랑답게 조 사장은 눈 앞의 매출에 급급해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업종이 자리를 잡고 완전히 성공궤도로 오르기까지는 1∼2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02)583-1544
● 4년 편의점 → 사무용품 할인점
강원 춘천시에서 40평 규모의 사무용품 할인점 '베스트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유상운(36·사진)씨는 4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11월에 업종을 변경했다. 편의점을 처음 시작하던 1999년만 해도 춘천에 편의점이 4개밖에 없었지만 4년이 지난 후 29개로 늘어나면서 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전업 아이템을 고민 중이던 유씨는 사무용품 할인점 '베스트오피스' 가맹점에 눈길이 갔다. 유 씨는 "편의점과 유사한 유통업인데다가 특히 시 단위로 하나의 가맹점만을 모집한다는 본사의 방침에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모아두었던 40평 규모의 사무용품할인점으로 업종변경을 했다. 인테리어,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초도물품비 등 점포구입비를 제외하고 1억9,000만원 정도 들었다. 유씨는 3명의 직원 업무를 철저히 분업화하고, POS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또 외부강사를 초빙해 직원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시키고, 시장의 진입장벽을 뚫기 위해 홍보에 힘을 쏟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올해 1월 동안만 유 사장은 7,000만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고 일요일은 무조건 쉬는 규칙적인 생활패턴으로 돌아오자 유 사장은 마음의 여유까지 생겼다.
유씨는 "문구·사무용품 시장은 단기간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이 아니고 꾸준히 성장하는 업종"이라며 "앞으로 본사에서 제시하는 운영 시스템과 더불어 춘천 지역에 맞는 지역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02)577-8000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이것을 유의하라
1.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라.
2. 유행에 편승하기보다는 미래에 유망한 아이템을 선정하라.
3. 지금까지의 경험, 지식, 인적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라.
4. 자신의 성격과 적성을 고려하라.
5. 자금조달 범위 안의 업종을 선택하라.
도움말 : 한국창업개발연구원(www.changup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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