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톨킨은 189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다.이 작품의 가상세계는 어렸을 때부터 구상하기 시작해 옥스퍼드대 언어학 교수로 있을 때까지 계속되었고 1973년 세상을 떠났을 때에도 지도, 인물, 여러 민족, 각 언어의 문법과 문장구조 등 관련 자료가 엄청났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은 톨킨이 만든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 톨킨이 만든 세계사의 일부를 편집한 일화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톨킨도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전쟁터로 나섰다. 부상을 입어 무사히 영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운이 안 좋았더라면 독일군에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고 '반지의 제왕'도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전쟁만이 아니다. 만일 그가 남아공 대신에 같은 시기 똑 같은 아프리카의 니제르에서 태어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당시 문자해독률이 15.3%에 불과했으므로 언어학자가 되기는커녕 제대로 교육받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냥 좀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짧은 인생 (평균수명 42.2년)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심각한 경우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갖추지 못하고 교육은커녕 제대로 사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21세기에도 이런 나라들이 아직 존재하는 것이 좀처럼 믿기 힘들다.
한국은 20세기 중반까지도 의식주로 고통받는 사람이 다수였지만 이제는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었다.
자기 재능을 발휘하는지 어떤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원래 게으른 사람한테 무리하게 요구해도 소용없고, 정부가 국민 모두에게 그렇게 하도록 강요해도 소용없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의 정부라면 되도록 많은 사람을 잘 살게 하는 것보다, 잘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잘 살 수 있게 기회를 주고 모든 사람이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책무이다.
세계가 이렇게 된다면 톨킨 같은 뛰어난 사람은 어디서 태어나든지 잘 될 수 있다.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좋은 세계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이고, 가장 궁극적인 목표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 캐나다인/프리랜서 번역가·드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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