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심리일정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아 총선 이전에 심리를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12일 탄핵 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헌재는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결서를 접수한 지 2시간 만에 청와대에는 답변서를,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는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일반 사건의 경우 관련기관의 의견을 묻는 답변 요청서를 발송하는 데 보통 2,3일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매우 신속한 조치다. 9명의 재판관이 참여해 의견을 교환하는 평의(評議)도 18일로 앞당겨 잡았고, 탄핵에 대한 법률적 자료들을 검토할 연구전담반도 꾸렸다. 전담반에는 김승대(사시23회) 연구부장을 포함한 4,5명의 연구관이 참여하며, 6명의 연구원이 필요할 경우 수시로 보조키로 했다. 김 부장을 비롯한 전담반 구성원 일부는 휴일인 14일에도 출근, 세심한 법률 검토 작업을 벌이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헌재 관계자는 "전담반 구성원들이 각자 업무를 분담, 자료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민적 요구나 헌재의 의지와 달리, 탄핵 심판과정이 빠르고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형사 재판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탄핵재판은 재판부뿐 아니라, 청구인과 피청구인 중 한쪽이라도 비협조적이면 신속한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4·15 총선'이라는 사활을 건 정치 행사를 앞두고 양측은 헌재 결정시기에 대한 정치적 계산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탄핵 심판 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일단 야당은 탄핵이 기각됐을 경우 부메랑으로 돌아올 정치적 악재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선 이후로 결정을 늦추려 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측도 기각을 자신하고는 있지만, 이참에 총선결과와 재신임 연계 발언에 대한 부담을 일거에 떨칠 수 있다는 점에서 총선 뒤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헌재로서도 헌정사상 초유의 중대 사안인 만큼 충분하고 철저한 심리와 외국 판례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려 할 것이다. 헌법의 최종 심판기관으로서 법리적 황무지인 최초의 탄핵 판례를 논란의 여지 없이 완벽하게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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