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전해들은 정치인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안희정, 최도술씨 등 노 대통령의 측근과 여당 의원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일부 인사들은 단식까지 하는 격한 반응을 보였으나, 한나라당 등 야당 의원들은 대체로 무덤덤한 표정이었다고 14일 구치소측은 전했다.최근 삼성그룹으로부터 추가 금품 수수사실이 드러난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안씨는 탄핵 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 때문에 대통령이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혼잣말을 하는 등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고 구치소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열린우리당 이재정 전 의원은 탄핵안을 관철시킨 야당을 규탄하는 차원에서 만 하루 동안 단식 투쟁을 벌였다. 지난 대선에서 각각 노 후보 선거대책위원장과 선대본부장을 지낸 '킹메이커' 정대철·이상수 의원 역시 면회 온 가족과 지인들 앞에서 울분을 삼키며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소속 정당이 탄핵 소추를 관철시켰지만, 당론과는 별개로 이해 관계 등에 따라 '시각'이 달랐다는 후문이다. 13일 한나라당 김영일 의원을 만나고 온 한 측근은 "김 의원은 바깥 일을 모두 잊으려고 애쓰고 있다. 탄핵 소추 소식에도 담담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수감 생활을 인생의 반추 기회로 여기고 불경서적을 탐독하는 등 모범수 생활을 하고 있다고 이 측근은 덧붙였다.
최근 고혈압 증세를 호소해 병원 치료를 마치고 구치소로 다시 돌아온 민주당 김운용 의원과 한나라당 박주천 의원은 지인들이 외부 소식을 알려주자 "관여하고 싶지 않다" "거기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각각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박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자신들을 보호하지 못한 소속 정당과 동료 의원들에게 다소 서운한 감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 의원들 중 유일하게 탄핵안 발의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이훈평 의원측 역시 "할 말이 없다"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대신했다.
한편 법무부는 탄핵 가결 직후 정치인들의 자해와 식사거부 등 돌출 행동을 막기 위해 서울구치소에 상담과 순찰 강화 등 특별관리 지시를 내렸다. 현재 서울구치소에는 현역 의원 12명 등을 비롯, 정치인 '범털' 20여명이 수감돼 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김용식기자 jaw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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