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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치기 "힘의 씨름" 재미도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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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치기 "힘의 씨름" 재미도 밀어낸다?

입력
2004.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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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골리앗' 최홍만(LG투자증권)의 등장은 모래판에 호재일까, 악재일까.13일 끝난 올 시즌 첫 지역 장사대회인 함양 장사대회는 이 같은 의문을 떠올리게 했다. 최홍만은 이날 백두급 결승전(5전 다승제)에서 지루한 힘겨루기 끝에 1승4무로 '원조 골리앗' 김영현(신창건설)을 꺾었다. 이로써 최홍만은 지난해 12월 천하장사와 지난 1월 설날대회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도 모두 라이벌 김영현을 상대로 따낸 승리였다. 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기로 팬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218㎝의 거구 최홍만이 민속씨름에 데뷔했을 때, 팬들은 흥분했다. 모처럼 백두급에 '물건'이 나타난데다, 테크노춤으로 확실한 팬서비스를 하는 그가 217㎝의 김영현과 멋진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에서 였다. 하지만 둘의 경기는 씨름의 묘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4강전에서 이태현(현대)을 누르고 올라온 최홍만은 김영현과 힘으로만 승부했다. 물론 두 선수가 2, 3차례씩 안다리와 밭다리 등 기술을 시도했지만 샅바만을 쥔 채 시간이 허비, 넷째 판까지 무승부로 끝났다. 결국 마지막 판에서 최홍만이 체력이 바닥난 김영현을 밀어치기로 맥없이 무너뜨려 승부가 갈렸다. 1월 설날 장사대회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 최홍만은 "많이 노력을 했지만 상대와 신장이 비슷해 준비했던 기술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씨름의 묘미는 화려한 기술에 있다. 1980년대 이만기를 시작으로 황대웅 강호동으로 이어지는 역대 천하장사들이 최고의 인기를 누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92년 160㎏에 육박하는 거구 김정필이 등장, 되치기 등 수비씨름으로 일관하면서 재미가 반감됐고, 팬들도 발길을 돌렸다. 이후 백승일, 이태현 등이 기술씨름의 명맥을 잇고 있지만 민속씨름은 옛 영화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결승전 경기는 가뜩이나 어려운 씨름계가 재도약의 모티브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제 선수와 감독들이 나서 묘수를 찾아야 할 것 같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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