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국내 증시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 영향 받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향후 탄핵과 관련된 법적절차 문제와 더불어 예상되는 정국 혼란 등 사회적,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물론 대통령 탄핵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은 낮고, 정부도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증시가 극도로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또 다른 불확실한 경제환경에 직면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지연하거나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가계소비가 악영향을 받는 등 우리 경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국내 경기회복도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미국 기술주 고평가 논쟁에 따른 미국 증시 하락, 스페인 폭탄테러 사태 등 해외 발 악재의 발발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국내 투자심리를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지난 주말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외평채 가산금리가 상승하는 등 단기적으로 국가위험도(컨트리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더욱이 채권 가격 상승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낮아질 수도 있다.
다행히 무디스, 피치 등 세계주요 신용평가 기관들이 대통령 탄핵 요인 자체만으로는 국가 신용등급의 재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고, 외국인 투자가들도 매수 우위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시각이 아직 부정적으로 변질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또 단기적으로 주가 급락에 따른 과매도 신호 발생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격 메리트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 하겠다. 한국의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는 등 펀더멘털 회복세가 여전하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경기회복 추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시장을 비관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해외증시 약세 등 해외 발 변수가 불리한 시점에서 대통령 탄핵 문제까지 가세, 단기적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어 이번 주 증시는 주초반까지는 혼조세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하락의 또 다른 축으로 작용했던 미국시장은 주 중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확인되며 반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우리 주식시장도 주후반으로 가면서 안정세를 되찾아 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황 창 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