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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사이언스]<11> 인종·민족 게놈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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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사이언스]<11> 인종·민족 게놈연구

입력
2004.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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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게놈 지도 완성 이후 세계 의학계는 이의 실용화를 위한 '포스트 게놈(post genome)' 연구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중 동일한 질병에 있어 개인 편차가 나타나는 원인을 알 수 있는 단일 염기변이와 더불어 인종 및 민족 게놈 연구가 관심을 모은다. 이런 포스트 게놈 연구는 인류에게 어떤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원인유전자 찾기 힘든 복합성 질환

대서양 북부에 위치한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1998년 세계 최초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유전자정보은행의 설립에 나섰다. 이 작업에 앞장선 회사는 '디코드사(deCODE genetics)'라는 생명공학기업. 이 회사는 전체 인구 28만명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유전자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고, 2001년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는 디코드사로부터 그 정보를 제공받아 정신분열증에 관한 유전자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정신분열증과 같은 질병은 한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생기기보다 여러 유전자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복합성 질환이다. 현대인의 3대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암, 고혈압, 당뇨병 등도 역시 원인을 찾기 어려운 복합성 질환으로 꼽힌다. 인간의 유전자는 약 3만5,000개. 이를 기계에 비유하면 인간은 3만5,000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시스템이며 이들 부품중 하나라도 고장나면 이상이 생기게 된다.

이처럼 유전자 하나가 고장 나서 생기는 병을 단일유전성 질환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체 질환 중 5%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이런 선천성 질환이 희귀난치병으로 분류되었으나, 앞으로 유전자 지도가 완전히 밝혀지면 이상을 일으킨 유전자를 찾아내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문제는 복합성 질환이다. 복합성 질환은 환경과 유전요인 간의 상호 작용으로 인한 복잡성 때문에 원인 유전자를 발굴하기가 매우 힘들다. 예를 들어 연구할 때는 순계 동물을 사용해 실험하는데, 이 순계 동물들은 동일한 유전자 계통을 지니고 있으며 똑같은 환경에서 자란 개체들이다. 때문에 유전적으로도 동일하고 환경적 요인도 똑같은 동물을 이용하면 질병 유전자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인간에 적용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인간은 거주하는 환경과 식습관 등이 다양하고, 유전적 형질도 민족마다 다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모델이 바로 앞에서 말한 아이슬란드의 경우다. 아이슬란드는 유럽 대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북극에 가까운 지정학적 위치와 전체 인구가 28만명에 불과한 소규모 집단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8세기까지 무인도였던 아이슬란드는 노르웨이인 등이 이주해오면서 생긴 국가인데, 천년의 고립된 역사를 가진 주민들은 놀랍도록 단일한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같은 유전적 균질성과 고립된 특정 환경요인은 게놈 분석과 질병연구에 최적의 조건이 된다.

고립 부족이 집단유전학 최적 모델

작년 6월에 발족한 '동북아민족 기능성 프로젝트'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유전 정보를 구축하고 대표적인 질병 관련 유전자를 발굴하기 위한 과학기술부 지정 국책사업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동북아게놈센터가 주도하는 이 사업은 먼저 몽골 정부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순혈 종족에 대한 집단유전학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몽골은 유목민족으로 혈통 보존이 잘 돼 있고, 오지에 외부와 고립된 순혈 부족이 많아 집단유전학 연구 및 유전자 변이에 따른 질병연관성 연구에 적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한민족과 유전적으로 가까우므로 한국인의 유전자 연구에 유리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몽골 북서쪽 차간도르 지역의 차탕족과 다르하트족, 울란바토르 근교인 오르혼톨 지역의 우랑하이족, 동쪽 끝에 위치한 차간오르 지역의 브리아트족을 대상으로 유전자 정보를 구축중이다. 특히 오르혼톨 지역에는 검진센터를 세울 예정인데, 3,000명의 거주민 중 1,000명에 대한 게놈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사업이 진행돼 몽골인과 한국인의 유전자 변이 및 질병 연관성 연구결과가 밝혀지면 아시아 인종의 게놈 연구에 이상적인 모델이 됨은 물론 13억 중국인을 포함한 동북아 바이오 의약시장을 공략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또 앞으로는 의사가 모든 의료 정보를 독점하여 절대 우위에서 진료하는 시대는 끝나고, 개인의 유전자에 대한 정보와 병력 등을 표준화된 칩 하나에 담아 의사와 환자가 공유하면서 개인별 맞춤치료와 원격진료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민족 기능성 프로젝트'의 연구결과가 의료혁명시대의 주요한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

한민족의 기원을 푸는 열쇠

이 프로젝트의 부산물로 우리 한민족의 기원을 밝혀낼 수도 있다. 고립부족에 대한 유전자 정보를 구축하려면 먼저 혈통이 얼마나 잘 보존되었나 알아보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DNA를 검사한다. 미토콘드리아 DNA란 30억 개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진 핵 DNA와는 별도로 1만6,000여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독립된 유전자이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로만 유전되어 잘 변형되지 않기 때문에 인류 기원이나 민족 분화의 역사를 추정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특히 DNA의 돌연변이 발생 비율은 100만 개 가운데 하나로, 미토콘드리아 DNA의 경우 몇 백년에 하나가 변할까 말까 한 미미한 확률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인과 몽골 소수민족의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을 분석하고 이미 공개된 전세계 86개의 타민족 DNA를 비교한 결과, 한국인과 몽골인간의 유전적 유사성이 나타났고 중국인과 일본인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은 고구려를 설립한 민족을 한민족과 분리시키기 위해 한민족의 조상인 예맥족을 중국 소수 민족의 하나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DNA는 그와 같은 과거사에 얽힌 비밀을 모두 설명해줄 수 있다. 동북아 게놈 분석연구가 우리 한민족의 기원 및 이동에 관한 주요한 열쇠가 될 것을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 정 선 과기부 "동북아민족 기능성 게놈프로젝트" 단장

서울대학교 의대, 의학박사 서울대 유전자이식연구소장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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