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권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메가톤급 역풍을 맞고 있다. 12일 국회의 탄핵안 가결 직후 실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야당의 처사를 비난하는 응답이 무려 70%를 넘었다.이 같은 여론의 흐름은 3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살아 남기 위한 야당의 필사적 저항을 재촉하고 있다. 향후 정국이 여와 야,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 세력의 무한 대결로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임을 예고하는 정황이다.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12일 오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72.8%가 '탄핵이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했고 '잘한 일'이라는 대답은 25.7%에 그쳤다. 이런 경향은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70.3%, 19.1%) 중앙일보(76%, 21%) 한겨레신문(71.1%, 24%) 등 다른 언론사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부정적 반응이 호남과 충청에서 평균치를 훨씬 상회해 민주당과 자민련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정당 지지율 역시 본지 조사에서 열린우리당 38.2%, 한나라당 16.2%, 민주당 7.1%로 나타난 것을 비롯, 동아일보(34.6%, 15.6%, 7.7%) 중앙일보(34%, 10%, 6%) 한겨레신문(34.5%, 14.6%, 6.4%)에서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탄핵을 기점으로 민심의 추가 열린우리당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탄핵의 충격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총선까지 고스란히 이어질 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야권은 "탄핵 당일의 감정적 반응이 반영된 만큼 며칠이 지나면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들도 "어느 정도 거품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또 "고건 대통령권한대행 체제가 뿌리를 내려 탄핵이 민생에 미친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판명되면 노 대통령은 국민의 뇌리에서 지워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설령 일부 거품이 빠진다 해도 탄핵 이전 지지율로의 복귀나 역전은 어려우리라는 전망도 엄존한다. 야당 일각에서도 "노 대통령 주변 비리 등 특별한 외생 변수가 없는 한 여론의 흐름은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면 야권은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으므로 판세를 뒤엎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 여권 및 친노 세력과 힘 대결에 나서 지지세 결집과 반전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 내부에선 "당장 대통령 하야 또는 파면 투쟁을 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보수와 반노 진영의 구심점이 돼 친노측 집단행동에 맞불을 놓고 일방통행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회와 거리에서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아직은 소수의견이지만, 궁지에 몰린 야권이 개헌 카드를 꺼내 들어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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