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이 청구된 노무현 대통령과 이번 심판의 주심을 맡게 된 주선회(58) 헌법재판소 재판관 사이에는 악연이 있다.12일 컴퓨터 추첨을 통해 중책을 맡은 주 재판관은 헌법재판관으로는 드문 검찰 출신. 대검 공안부장을 거친 '공안통'으로 2001년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두 사람의 악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 재판관은 당시 부산지검 공안부장으로서 노 대통령을 구속했다. 노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변호사로서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씨 사망 사건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부산지검 공안부에 제3자 개입 혐의로 구속됐고, 변호사 업무도 정지당했다. 하지만 법원은 곧 이은 구속적부심에서 노 대통령을 즉각 석방했다.
그 이전에도 3차례나 노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 당했던 부산지검은 당시 구속 관철을 위해 하룻밤 사이 세 차례 판사와 법원장 집을 찾아 다니며 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비록 한 때의 피의자와 공안검사가 다시 만났지만 현재로서는 당시의 악연이 재판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사실 주심이라고 해서 결정권이 더 큰 것도 아니다. 심리 진행 과정에서 의견을 취합하고 보고서를 만들며 기일을 잡는 등의 행정적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주 재판관은 13일 노 대통령과의 악연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다 지난 얘기일 뿐"이라며 "헌재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하는 기관"이라고 답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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