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3년 동안 한국능률협회 대구경북지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창업관련 컨설팅 일을 했다. 또 산학경영기술연구원 기획실장과 산업교육센터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매달 저명인사를 초빙해 세미나를 운영하고 지역방송 창업아이템 소개코너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이 분야에서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었다. 49세가 되던 1999년, 그 동안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의 성공에 고무돼 있던 나는 주변의 투자제의에 깊은 생각 없이 인력파견분야의 창업을 결정했다. 당시 판단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나면서 인력파견업은 2005까지 매년 15%이상 성장할 사업으로 전망됐다. 200명 파견 때 매월 2,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본조달은 만약 사업에 실패할 경우 무리하지 않고 변제가 가능한 2억원 정도로 정하고 2명의 출자를 더 받아 법인을 설립했다.사업은 개업식도 하기 전에 7,000만원의 용역을 수주하는 등 순조롭게 풀려나가는 듯했다. 얼마 후엔 지역방송의 아웃소싱(외부조달) 제의가 들어와 당초 사업계획에 없던 웨딩매니저 20명을 추가로 영입하면서 사무실도 60평에서 120평으로, 조직도 5명에서 25명으로 늘렸다. 사업도 인력파견사업외에 아웃소싱사업을 추가했다.
하지만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보니 인력 파견 시장 사정은 사전 조사와 전혀 달랐다. 당초 여사무직, 서비스직으로 특화하려 했으나, 대구지역 시장의 인력파견 사업은 대부분 청소대행을 비롯한 노무직, 생산직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여사무직, 서비스직의 파견시장은 매우 협소했다. 결국 사업의 방향을 인력파견 사업에서 아웃소싱 사업쪽으로 전환했으나 당초 생각보다 조직이 커지면서 창업 4개월 만에 지출이 자본금의 절반을 넘어섰다. 게다가 정성을 들여온 지역방송의 웨딩사업 아웃소싱은 방송국 측이 1억원의 선수금 납부를 요구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이를 계기로 출자자들은 떠나갔고 초초한 마음에 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의 품목을 고객적립 카드사업과 전광판사업, 전화요금 할인서비스사업을 추가하는 등 무리하게 확장했다. 하지만 공을 들이던 고객 적립카드 영업사업이 모기업의 부도로 좌절되는 등 곡절을 겪은 끝에 사업을 시작한지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최근 본업인 창업 관련 강의에 다시 나서면서 수강생들에게 나의 창업실패 교훈을 들려주고 있다. 창업에 관심있는 독자들도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면밀하게 사업계획을 검토하고 명확한 사업목표를 선정할 것을 권하고 싶다. 또 사업 실패 시 개인과 가족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지를 잘 살펴서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결심이 서면 어려움과 장애가 닥치더라도 신념을 갖고 굳게 이겨나가면서 절대로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 하지 말고 성공에 조급해 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홍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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