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의 사유는 선거법 위반, 경제와 국정파탄, 측근비리 등 3가지로 압축된다. 헌법재판소는 앞으로 이 같은 탄핵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 또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에 흠결이 없는지를 따져 각하, 기각, 파면 중 한가지를 결정하게 된다. 심리 과정에서는 탄핵사태의 단초가 된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이것이 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가 공방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헌법은 탄핵소추 사유를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우선 '경제와 국정파탄'은 정책행위의 결과인 만큼 탄핵의 직접 사유가 아니라는 견해가 다수다. 측근비리 문제는 대통령이 비리를 저지른 측근들과 법리적 공범관계에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이전에 발생한 측근비리는 탄핵사유의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취임 이후 측근비리의 경우 논란은 있지만 법률적 공범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세번째 탄핵 사유인 선거법 위반은 노 대통령이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는 형태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행위에 대한 해석의 문제다. 야당은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지지를 유도하고, 총선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반복했다"며 탄핵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일부 헌법학자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단순 정치적 의사 표시에 불과하며, 직무집행 행위는 아니다"라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선관위는 이미 대통령이 선거법 9조를 위반했다며 '경고'조치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위법을 인정한다 해도 과연 이것이 탄핵사안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다시 견해가 갈린다.
헌법재판관 9명의 손으로 넘어간 탄핵심판은 이제 헌재의 독자적인 법률 판단만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법리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파장 등 여러 측면도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헌재가 법률 적용을 엄격히 할 경우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태가 올 수 있으며, 반대로 헌법과 관련법을 폭넓게 해석할 경우 탄핵심판 청구는 기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헌재의 결정시기는 혼란 최소화를 위해 빠를수록 좋다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정치권의 첨예한 이해관계, 한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등이 헌재로선 부담이다.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이날 "일반 사건과 마찬가지로 기초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하고, 정치 요소를 배제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따라서 헌재 결정은 정치적 부담이 한결 적은 4·15 총선 이후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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