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 스프링, 마이클 스프링 지음·이상춘 옮김 중앙M&B 발행·9,500원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결혼 대비 이혼율은 47.4%였다. 미국(51%) 스웨덴(48%)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다. 1990년 이혼율이 11.4%였으니, 10여년 동안 한국 사회에 얼마나 이혼이 급격하게 확산됐나 알 수 있다.
결혼이 파경에 이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대표적인 것이 배우자의 외도이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이며 심리치료 전문가인 제니스 스프링이 남편과 함께 쓴 이 책(원제 'After The Affair')은 외도라는 문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됐을 때, 반대로 자신의 외도가 들통나거나 그것을 고백해야 할 때 남녀는 어떤 심리적·신체적 곤경에 처하는지, 그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나 훈련이 필요한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았을 때 사람들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뇌출혈과 비슷한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감정의 소용돌이로 인한 신경계의 변화로 두려움과 무기력함에 사로잡힌다. 신경계의 상호협력 장치가 파괴되고, 모르핀과 유사한 마취 작용을 하는 아편 물질이 신경계에 공급돼 몸의 능력이 쇠퇴하고 의욕이 줄어든다. 만사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37세 여성 팸은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자 그를 내쫓아버렸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주말에 친구 집으로 향했다. 가던 길에 골프 시합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남편의 외도는 그에게 크나큰 배신감을 안겨줬지만 만사는 좋아 보였다.
하지만 시합을 마치고 나오면서 주차장에서 차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한 시간이나 헤매다가 겨우 차를 찾은 뒤 충격을 받고 울면서 집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저자에 따르면 외도의 충격으로 10년이 넘게 자의식 상실을 겪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외도에 맞닥뜨렸을 때 남녀의 반응도 다르다. 여성은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쪽이지만 남성은 그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어한다. 여성은 우울증에 빠지지만 남성은 분노에 휩싸인다.
또 여성은 자신이 반려자로 부족하다고 느끼며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데 비해 남성은 자기가 연인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며 자신을 괴롭힌다.
이 책은 외도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해 배우자와의 관계를 회복하라거나 심각한 외도라면 바로 갈라서라는 식의 처방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배우자와 관계를 회복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설명한다.
서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실제 마음보다 과장해서라도 배우자에게 사랑과 안정감을 느끼게 만들어야 하고, 솔직하고 상세하며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만일 지금 파트너와의 관계가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과 거리가 있다면 두 사람의 관계보다 당신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며 "사랑에 대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인식은 당신을 더 이해심 많고 관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외도를 마음의 상처로뿐만 아니라, 경종을 울린 경고의 신호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더 견고하고 성숙하고 새로운 관계를 건설하도록 이제까지 도사리고 있던 문제점들을 속시원히 날려준 기회라는 것이다.
임상심리학자인 김중술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대출판부에서 나온 '멘토르' 시리즈에 실은 글에서 최근 10년 동안 읽은 책 중 이 책이 가장 재미있고 유익했다고 추천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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