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이 동시에 존재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권력구조를 맞게 됐다.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탄핵 상황이 현실화함으로써 국정에는 큰 파장이 미치게 됐다.현 상황은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최규하 총리가 대행을 맡았던 때와는 크게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의 신분과 지위만 가질 뿐이고, 외교·국방·내치 등의 모든 국정 권한은 고건 총리에게 넘어갔다.
국내·외에서 비슷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행 체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에 따라 노 대통령이 복권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 대행의 역할과 권한 행사는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만약 대통령 권한 대행이 정책 결정 및 인사권을 적극 행사할 경우 대통령과 갈등을 빚게 될 수도 있다. 또 권한 행사를 정지 당한 대통령이 선거를 의식한 민생 현장 방문 등 정치성 행사를 갖거나, 정치적인 의사를 표시할 경우 야당이 가만 있을 리 만무하다.
가장 큰 문제는 국론의 분열이다. 헌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온 나라가 노 대통령의 임기 유지와 중도하차 문제를 놓고 논쟁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1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은 이미 노 대통령이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함으로써 대선이나 다름없는 양상이 됐다. 찬반 양대세력 간 갈등이 깊은 후유증과 사회적 혼란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권력 공백이 공직사회의 복지부동과 눈치 보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 경우 북한 핵, 이라크 파병, 한미 동맹관계 재조정, 신용불량자 해소 등 주요 국정 현안에서 정부의 능동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국이 불안정하면 공무원사회에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소극적이고 안이한 자세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대행 체제가 어느 정도 유지될지는 헌법재판소의 심판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견서를 제출 받은 뒤 180일 이내에 전원 재판부를 열어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심판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면 헌재 결정은 4·15 총선이 지난 뒤에 내려지리라는 분석이 많다. 그 때까지 여야는 탄핵을 둘러싸고 힘겨루기와 정치적 공방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기본적으로 법리를 따지겠지만 민심의 흐름도 중시할 것으로 보여 총선 결과도 탄핵 심판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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