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17대 총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게 확실하다. 헌정 사상 처음인 대통령 탄핵이 과연 정당한가를 놓고 여론이 극명하게 나뉠 것이고, 이는 총선 결과로 표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국회의원을 뽑는 본래적 의미는 함몰되는 대신 노 대통령 재신임이냐, 하야냐를 결정하는 사실상 대선전의 양상을 띌 가능성이 높다. 친노(親盧)와 반노(反盧) 세력의 사활을 건 대회전이 벌어지는 셈이다.여야는 이 같은 총선 흐름이 자신에게 득이 될지, 불리하게 작용할지 선뜻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충격에 휩싸인 여론이 아직은 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구체적으로는 그 동안 활발히 진행됐던 열린우리당의 영·호남 침투가 탄핵을 계기로 더 가속화할지, 제동이 걸리 지 또는 최대 승부 처인 수도권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지 오리무중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권은 일단 노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 만큼 이전까지 탄핵에 부정적이었던 여론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도 현실을 받아들여 노 대통령의 하야를 기정사실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탄핵 이후 예상되는 국정운영 혼선과 국민 불안심리, 그리고 노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이 야당에 대한 응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시기는 대세를 가를 잠복 변수다. 만약 내달 15일 총선에 앞서 헌재가 결정을 내린다면 표심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그것도 헌재의 기각결정으로 노 대통령의 복귀가 이뤄질 경우 야당은 치유불능의 도덕적 상처를 입으면서 '열린우리당의 압승, 야당의 궤멸'이라는 선거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국회 권력의 폭압으로 심각한 국정 공백과 위기를 경험한 국민은 더 이상 행정부와 국회의 '견제와 균형'에 연연하지 않고, 대통령을 힘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여당을 밀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헌재가 그 반대의 결정을 내려 노 대통령이 하야하면 야당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넓어질 공산이 크다. 사법부가 대통령의 명백한 위법을 인정한 만큼 선거와 정국의 주도권은 야당이 쥐게 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은 총선 이전 헌재 결정의 이 같은 폭발력 때문에 헌재가 이른 시일 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야는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에 대세를 장악해 헌재의 판단에 간접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속셈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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