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김민정 옮김 문학세계사 발행·7,500원
엘르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44·사진)의 신작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가 출간됐다. 그는 종교에 관한 믿음을 다룬 연작을 기획했으며, 첫 소설 '오스카…'는 그 중 기독교를 다룬 것이다.
세 작품 모두 신앙을 통해 '사람살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내 이름은 오스카예요. 나이는 열 살이고요. 고양이랑 개랑 집을 홀랑 불태워버린 적이 있답니다(금붕어까지도 불고기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하느님께 편지를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제까지는 학업에 열중하느라 통 시간이 나질 않았거든요." 열살 난 오스카가 하느님께 보내는 편지다. 이 편지는 원래 이렇게 쓰여졌어야 했다. "내 별명은 대머리예요. 난 일곱 살쯤 되어보이고, 병 때문에 병원에서 살고 있어요. 그리고 하느님한테 한번도 얘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그건 하느님이 계시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에요."
백혈병에 걸린 아이는 제 죽음이 예정돼 있음을 일찌감치 알고 있다. 수술을 망쳤다며 의사 선생님께 대들고도 싶고,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오는 엄마 아빠에게 화를 내고도 싶다. 병원의 간호사인 장미할머니의 권유로 하느님께 쓰기 시작한 편지가, 짧지만 감동이 담긴 책 한 권이 됐다.
얼마 남지 않은 삶 동안 오스카는 사랑에 빠졌고, 질투에 불타기도 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주기도 했고 상처받기도 했다. 고통과 환희를 장미할머니와 나누면서 그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만남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오스카는 어린 나이에 가까이 온 죽음을 성찰하고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탐색한다. "매일 처음 본 느낌 그대로 세상을 바라볼 것. 나는 빛이며 색채며 나무며 새며 동물을 바라봤어요. 바람이 콧구멍을 간질이며 내게 새 숨을 불어넣는 것이 느껴졌어요. 나는 살아있었어요. 그 순수한 기쁨에 몸이 떨렸어요. 살아있다는 행복감. 비결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느님. 내 손을 잡고 나를 신비의 한가운데로 이끌어가 그곳에서 신비를 바라보게 해주셨어요." 오스카는 하루에 열 살씩 나이를 먹는다고 믿었다. 그는 백 열 살이 되던 날 세상을 떠났다.
오스카 이야기는 작가의 개인적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어렸을 적 물리치료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소아병동에 놀러갔던 작가가 어린 환자들에게서 본 고독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것을 극복하려는 다사로운 유머가 작품에 담겼다.
/김지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