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늘]<1055>키에슬로프스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늘]<1055>키에슬로프스키

입력
2004.03.13 00:00
0 0

1996년 3월13일 폴란드 영화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작고했다. 키에슬로프스키는 안제이 바이다와 함께 폴란드 영화예술의 가장 높은 성취를 보여준 작가다. 그러나 바이다가 제 작품 속에서 주저 없이 계몽의 욕망을 드러낸 데 비해, 키에슬로프스키는 경험적 관찰에 철저히 의지하며 관객에게 해석의 자유를 넉넉히 부여했다. 그의 영화가 보여준 형식적 세련미는 그런 윤리적 무심 속에서 더욱 도드라졌다.키에슬로프스키가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텔레비전 영화 '십계'(1988)가 방영되면서다. 구약 성서의 10계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10부작 가운데 제5부 '살인하지 말라'와 제6부 '간음하지 말라'는 재편집되어 각각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라는 제목으로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다. 이 과정에서 키에슬로프스키는 서유럽 자본과 만났고, 그 덕분에 '베로니카의 이중생활'(1991)과 '세 가지 색' 연작(1993∼1994)을 만들 수 있었다.

키에슬로프스키 작품 가운데 폴란드 바깥에서 처음 찍은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베로니카라는 동명의 동유럽 여성과 서유럽 여성의 삶을 이어 붙이며 개인의 정체성, 유럽의 현실, 영화 매체의 본질 따위의 주제를 천착한 영화다. '블루' '화이트' '레드'로 이뤄진 '세 가지 색'은 프랑스 혁명의 세 이념 곧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 국기의 삼색에서 그 제목들을 취해, 인간의 삶 속에서 그런 이념들이 어떻게 길항하고 굴절되는지를 살폈다. 이 작품들 덕분에 키에슬로프스키는 '영상을 표현 수단으로 삼은 철학자'로 불리게 됐다. 그와 자주 비교되는 러시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처럼 키에슬로프스키도 55세가 되기 직전에 죽었다. 죽기 직전 그는 '천당' '지옥' '연옥'으로 이뤄지는 삼부작을 구상하고 있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