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SK(주)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함으로써 SK그룹은 급속도로 최 회장 직할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번 주총 승리로 일단 1년간의 경영권을 갖게 됐지만 최 회장으로선 제2대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해 내년 주총에서 또 다시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만큼 조직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SK그룹은 이르면 15일께 사내이사로 선임된 신헌철 SK가스 부사장을 SK(주)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주)는 최 회장과 신 신임 사장 등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이날 주총을 개최한 그룹 핵심계열사인 SK텔레콤도 조정남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신배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재편됐다.
'전문경영인과 오너의 파트너십'이란 독특한 형태로 운영돼 왔던 SK그룹은 브랜드와 기업문화는 공유하면서 새로운 경영진과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중심으로 외형상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하는 식으로 탈바꿈하게 될 전망이다.
최 회장도 최근 "과거 한 사람이 결정하던 권한을 이사회로 넘기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이사회 권한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그룹 체제를 계열사별 독립경영 시스템으로 바꾸고, 이사회의 능력을 배양하려면 분명 시간이 필요한데도 사회에서는 외부의 누군가를 영입하면 모두 이뤄지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이런 작업은)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으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 오너로써 그룹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또 "과거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지배구조가 개선된 시스템으로 가는데 커넥터(연결고리)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여 앞으로도 직접 그룹 경영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가속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최 회장은 핵심계열사인 SK텔레콤 이사직에서 물러난 상태이지만 SK(주)가 SK텔레콤의 최대 주주인 만큼 이를 이용,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SK(주)와 SK텔레콤의 대표이사들로 '경영협의회'가 구성돼 실질적인 그룹 경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자산 매각 및 계열사 통폐합을 통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추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증권·생명·투자신탁운용 등 금융계열사와 소규모 벤처회사 등을 매각하거나 통폐합해 59개인 계열사를 2007년까지 30여개 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SK텔레콤 등 정보통신분야, SK(주)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화학 분야, 유통 전문 회사인 SK네트웍스 등 3개 핵심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주)의 이번 주총 승리는 '최태원 체제 유지'라는 표면적 목적을 달성한 측면보다 오너로서 '뉴 SK건설'의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가 더 큰 셈이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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