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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말하는 해골 무사칼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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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말하는 해골 무사칼라카

입력
200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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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준 글·존 킬라카 그림

'아프리카에서 노인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곧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있다. 문자가 없었던 아프리카 사회에서 어른들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는 지혜의 근원이었다. '말하는 해골 무사칼라카'는 탄자니아와 케냐 등에서 스와힐리어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16편을 옮긴 책이다.

드넓은 초원을 무대로 야생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삶과 자연을 바라보는 순박한 시선과 억센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교훈이 담겨있다. 자기의 처지를 잊고 날뛰다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 원숭이 인간 '샤우리야코'의 이야기를 보자. 큰 가뭄이 들어 굶어 죽게 된 원숭이들은 과일과 곡식이 풍성한 사람 마을을 호시탐탐 노린다. 궁리 끝에 잘 생긴 원숭이 한 마리를 뽑아 꼬리를 자르고 털을 깎아 사람으로 변장시킨 후 그 마을에 투입했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들판을 지키게 된 원숭이는 처음에는 찾아오는 원숭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줬으나 점차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마을 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친구 원숭이들을 쫓아내고 죽이기도 한다. 화가 난 원숭이들은 원숭이 인간이 털을 깎으러 돌아오자 모두 달려들어 그를 때리고 털 깎는 칼까지 부러뜨렸다. 갈 곳이 없어진 그는 이리저리 방황하다 끝내 죽고 말았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동서양과 피부색을 떠나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나 이솝우화와 비슷한 내용도 보인다. 그러면서도 섬뜩하고 익살맞은 묘사가 돋보인다. 해학과 재치 넘치는 삽화는 탄자니아 출신 화가 존 킬라카의 작품. 서구의 그림책과 동화가 판치는 때에 모처럼 신선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케냐 나이로비 대학에서 스와힐리어를 전공하고 벨기에 헨트 대학에서 아프리카 문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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