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이한중 등 옮김 지호 발행·8,000∼1만1,000원
세계적인 동물 문학가인 어니스트 톰슨 시튼(1860∼1946·사진)은 평생 '검은 늑대'(Black Wolf)라는 인디언 이름과 늑대 발자국 사인을 고집했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이지만 그가 특히 매료된 녀석은 늑대였다. 그에게 늑대는 강하면서도 지혜로운 동물이었다.
'위대한 늑대들'은 늑대 이야기 모음이자 늑대 관찰기이다. 1937년 출판됐으며 국내 초역됐다. 그 가운데 1430년의 기록을 인용한 '프랑스 늑대왕 쿠르토'는 쿠르토의 용맹성과 최후를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늑대 무리를 이끌던 쿠르토는 덩치가 크고 영리하며 용맹했다. 녀석은 때로는 가축을, 심지어 사람까지 공격했다. 늑대 때문에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나오자 도시 수비대장 부아셀리에가 나섰다. 그는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에 소 내장을 깔아놓고 늑대를 유인한다. 추운 겨울, 먹이가 없어 굶주려 있던 늑대들이 모여들고 대 혈투가 시작됐다. 마침내 쿠르토가 혼자 남자 부아셀리에가 1대1 대결을 자처했다. 부아셀리에의 창이 쿠르토의 가슴을 뚫었다. 그러자 녀석은 온 힘을 다해 부아셀리에를 쓰러뜨리고 날카로운 송곳니로 목을 물어뜯었다. 둘은 쓰러져 함께 최후를 맞았다.
이 책 속 또 하나의 이야기 '소녀와 늑대'는 양을 데리러 나갔다가 사라진 여섯 살 소녀의 이야기다. 부모가 백방으로 찾았지만 아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숲에서 발견된 아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야생동물처럼 마구 저항하고 울고 깨물고 으르렁거렸다. 엄마는 아이가 제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하느님께 기도했다. 낮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고 헝클어진 머리와 불그레한 팔 다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아이는 "엄마, 엄마"하고 흐느끼면서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함께 출판된 '표범을 사랑한 군인'(1916년)에는 표범과 방울뱀, 곰 등 다양한 동물이 나온다. 표제작은 극한 상황을 배경으로 인간과 동물의 사랑을 보여준다. 이집트에서 아랍인에 붙잡혔다가 도망친 프랑스 군인이 주인공이다. 겨우 탈출한 그는 샘 옆에 오두막을 짓고 구조될 날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어느날 표범 한 마리가 다가온다. 긴박한 순간, 표범은 그를 해치지 않고 도리어 군인에게 몸을 비벼댔다.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달라는듯 바싹 다가왔다. 군인이 바위 끝에서 떨어져 나뭇가지에 걸리자 구해준다. 그런 표범에게서 군인은 옛 애인을 떠올린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프랑스 병사들이 오두막 앞으로 다가왔다. 군인은 이제야 구조됐다며 병사들에게 다가가지만 같이 있고 싶어하는 표범이 그를 놔두지 않는다. 떠나지 말라며 발로 얼굴을 내리쳤다. 군인은 마침내 총을 쏘고 구조된다. 그리고 말한다. "내 사랑하는…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 거야…"
'다시 야생으로'(1937년)는 야생 말, 멧돼지 등 인간에게 붙잡혔다가 야생으로 돌아간 동물 이야기 일곱 편을 실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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