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2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56년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됐으며, 고건(高建)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서 직무를 시작했다. 무기명 비밀투표에는 재적의원 271명 중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당 의원 195명이 참여,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탄핵을 당함에 따라 국정 공백과 혼선이 우려되며, 33일 앞으로 다가온 17대 총선 구도도 극히 불투명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회 의사국은 이날 오후5시15분께 의결서 사본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사본을 전달 받은 순간부터 노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정지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무회의에서 "국회 결정은 부당하지만 인정한다"면서 "앞으로 국민과 법의 판단이 남아있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겸허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흔들리지 말라"고 덧붙였다.
고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 "국민불안을 해소하고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이 가지 않도록 내각이 흔들림 없이 국정에 전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 등 소속 의원 42명은 "합법을 가장한 의회 쿠데타를 규탄한다"며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고 총리 권한대행체제 지원과 시국수습을 위한 여야 4당 대표회담을 제안했다. 야3당 대표들은 13일 오후 2시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향후 정국 수습방안 등을 논의한다.
헌재는 이날 오후 소추위원인 김기춘(金淇春) 국회 법사위원장이 탄핵소추 의결안을 제출함에 따라 탄핵 심판 청구 심리에 착수했다. 헌재는 앞으로 180일 안에 탄핵안 심리를 끝내야 하며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하면 노 대통령은 파면된다.
헌재는 이날 주선회(周善會ㆍ사시10회) 재판관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주심 재판관으로 정하고, 이르면 18일부터 재판관 9인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재판부 재판평의(회의)를 열어 향후 심리 절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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