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박관용 국회의장은 작심한 듯 단호한 태도로 회의를 진행했다. 박 의장의 이 같은 행동은 야당 의원들의 밤샘 설득과 전날 야당을 자극한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더 이상의 중재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내린 선택으로 보인다.오전11시7분 경위들의 호위 속에 의장실을 빠져 나와 본회의장으로 들어올 때부터 박 의장의 표정은 단호했다. 11시22분 의장석에 앉으면서 박 의장의 결의는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의장석에 오르자마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향해 "계속해서 난동을 피우면 퇴장을 명하겠다"고 한 뒤 곧바로 개회를 선언했다. 이어 우리당 의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다시 경고한다. 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재차 경고했다. 곧바로 탄핵안을 상정한 박 의장은 제안설명도 유인물로 대체하고 일사천리로 투표를 강행했다. 이후 "의장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느냐" "5공 세력이냐"는 등 우리당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에 박 의장은 "의장은 의원들 다수의 의견을 투표에 반영토록 하는 게 임무다" "왜 이런 일을 자초하느냐. 자업자득이다"고 되받으며 꿈쩍하지 않았다.
탄핵안 가결을 선포한 뒤, 우리당 의원들의 구두 명패 세례를 받으면서도 박 의장은 "대한민국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전진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박 의장은 오후 6시께 '국민께 드리는 말씀' 성명서를 발표, "애석하고 참담한 심정 금할 길 없다"면서도 "탄핵안 의결은 헌법과 국회법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엄정히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성숙한 국민적 역량을 보여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을 털어내자"고 당부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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