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탄핵안이 가결되자 야당에 대한 격한 비난과 성토를 쏟아냈다.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를 친노(親盧)세력의 총결집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졸지에 선장을 잃어버린 망연자실함은 감추지 못했다. 곳곳에서 통곡과 울분이 터져 나오는 등 초상집 분위기가 완연했다. 일부에선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우리당은 "탄핵안 가결은 법의 가면을 쓴 총칼 없는 쿠데타" "민주주의 대학살" "냉전세력의 야합" "의회독재의 서막"이라며 야3당을 맹비난했다. 정동영 의장은 "5공의 후예들이 수의 힘으로 민의의 전당을 짓밟았다"며 총력 투쟁 의지를 다졌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폭력적 공개투표는 한·민 공조에 의한 정권찬탈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박영선 대변인은 박관용 국회의장과 야당 지도부를 "헌정유린 5적(賊)"으로 몰아붙였다.
우리당은 이날 의원직 총사퇴와 '헌정수호 및 국정안정비상대책위 구성' 카드를 꺼냈다. 또 지지자들에게 야당에 대한 항의 편지와 이메일 보내기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야3당의 합당을 요구하며 역공에 나섰다.
우리당은 권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속전속결을 주문할 방침이다. 또 "헌재에 권한쟁의심판과 투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여당 프리미엄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우리당이 대통령 탄핵의 충격파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요 당직자들부터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하고 지도부 책임론도 흘러나온다. 한 당직자는 "대통령이 사과 한 마디만 했어도 파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한나라당은 탄핵안 가결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고건 총리의 국정수행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과 과반 야당의 책임을 누차 강조했다.
최병렬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승리했지만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총리와 내각을 도와 국정안정에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은 3분의2가 넘는 의원이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하야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탄핵 국면을 주도함으로써 원내1당 목표 달성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탄핵을 계기로 총선 구도가 대통령의 재신임과 연계되는 것으로 굳어질 경우 한나라당이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손으로 당선시켰던 노 대통령을 탄핵한 역설적 현실에 무겁고 착잡한 분위기였다. 한·민 공조에 대한 역풍을 우려한 탓인지 한나라당보다 더욱 신중했다. 당초 '의회민주주의 승리'라는 공식 반응을 냈다가 취소한 뒤 "애국 충정을 이해해 국민여러분이 전폭적으로 지지해달라"고 호소형으로 바꾼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조순형 대표는 "역풍이 불수 있으나 헌정수호 차원에서 탄핵을 결정했을 때 이미 충분한 각오가 돼 있었으며, 총선에서 심판 받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야권이 개헌을 추진하리라는 시각을 강하게 부인했다. 김영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고 총리의 국정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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