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12일 금융시장에 정치적 불확실성 우려를 유례없이 증폭시키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패닉현상'을 야기했다.미국 증시가 테러 공포로 급락했다는 소식에 약세로 출발한 이날 증시는 오전 11시10분께 탄핵안이 상정되면서 큰 폭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의 투매로 종합주가지수는 정신없이 떨어져 낮 12시55분께 전날보다 5.50%(47.88포인트) 하락한 822.05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닥은 충격이 더했다. 비슷한 시각 지수는 7.80%(34.09포인트) 떨어진 401.16을 기록, 400선이 붕괴될 위기를 겪었다. 특히 낮 12시50분께 지수선물이 5% 이상 급락하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돼 프로그램매매 호가가 5분간 정지되는 상황도 초래됐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투매 양상이 진정되고 개인투자자들이 매수 우위로 돌아서면서 지수는 가까스로 84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42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개장전 523억원의 시간외 대량매매를 감안할 경우 매도 우위를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 단기적으로 증시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탄핵안 가결로 정부의 정책수립과 집행에 차질을 빚어 수출과 내수가 부정적 영향을 받아 증시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과거와 달리 정치적 시스템 붕괴가 경제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것 같지 않고, 외국인이 비교적 동요가 적은 점 등을 감안하면 다음주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탄핵쇼크는 외환시장도 강타했다. 탄핵안 가결로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주식시장이 폭락을 연출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은 일순간에 달러강세(환율상승)장으로 변모했다. 1,17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국회에서 탄핵 개표가 이뤄지자 1,178원대까지 치솟았으며, 장중 1,180원을 수시로 돌파했다. 그동안 환율하락을 막는데 주력해온 외환당국조차 환율이 급등양상을 빚자 '달러팔자(매도)'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역외선물환(NDF)쪽에서도 환율은 상승압력이 커졌다. 한 외환딜러는 "수급상황은 여전히 하락쪽이지만 환율이 오른 것은 전적으로 탄핵사태에 대한 불안감의 반영"이라며 "환율이 무한정 폭등하기는 어렵더라도 달러당 1,200원 부근까지는 갈 것 같다"고 예측했다. 시장은 외국인들의 반응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될 내주초가 중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등급에는 변함이 없다'는 신용평가기관들의 언급에도 불구, 탄핵쇼크는 한국물 가격에도 부정적으로 반영돼 외평채 가산금리도 0.1%포인트 가량 오른 선에서 거래됐다.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채권값 급등)했다. 주가폭락-환율급등의 불안기류속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장중 전날보다 0.09%포인트나 낮은 연 4.5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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